노동의 계절이 돌아왔다.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먹고 놀던 좋은 시절은 이제 지나간 듯하다.
며칠 전부터 살살 호미질을 시작했다.
그저 바라보고 있을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할 일이 태산이다.
단기 기억상실인지 작년 이맘때 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는 떠오르지 않더니 호미를 잡고 몸을 움직이니 착착 기억이 난다.
꽃밭(?)은 그냥 놔두려고 했는데 막상 쳐다보니 안 되겠다.
시든 꽃대와 벌써 자리잡고 가득 진을 치고 있는 잡초들 사이로 새로운 꽃 싹들이 얼굴도 내밀기 힘들게 생겼다.
꽃대 걷어주고 굵은 잡초들은 뽑아 주고....잡초와 꽃의 자리 다툼이 이제 시작될 것이다.
3월 중순 감자 심기 전까지 밭도 만들어야 한다.
용가리는 장작 마련에 돌입했다.
뜻밖에 장작을 한 차 선물 받았다.
한달 전 쯤 일이 있어 봉암사에 들렀을 때 스님 암자에 쌓여 있는 장작을 보며 부러움을 내비쳤더니 스님이 선물로 보내 주셨다.
얼마 전 갑자기 장작을 가져오겠다는 전화를 받고는 어리둥절했었는데 스님께서 부탁하셨다며 길을 물어 왔다.
장작은 근처 산내에서 왔다. 실상사에 오래 계셔 그곳 지인을 통해 부탁하셨던 것이다.
감동의 물결~~~
산골 생활의 가장 큰 선물은 장작이나 퇴비, 기름 한 통 채워주기...^^;;
특히 트럭이 따로 없는 우리로서는 장작 마련이 큰 어려움인데 이번에는 정말 하늘에서 금덩이가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ㅎㅎ
요번 겨울에는 눈은 오지 않았지만 바람이 엄청 세게 불었다.
비바람에 뜯겨 나간 문종이를 다시 발라야 했다.
이번에는 읍내에서 사지 않고 온라인으로 창호지를 검색했다.
이렇게 다양한 창호지가 있는 줄은 몰랐네....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일단 안방 창문 네 쪽은 아크릴 코팅 창호지를 구매했다.
물론 누마루 문도 코팅 창호지를 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일단은 안방 창문만 붙여 보기로 했다. 정말 반영구적이면(상세 설명에 반영구적이라 했으나 그것은 실내 창문인 경우이고 실외 문에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 돈 좀 써서 해 보겠지만 토네이도급 비바람을 한 번 맞아 본 후 상태를 보고 나머지도 결정하기로 했다.
누마루 문은 코팅되지 않은 조금 저렴한 창호지로 결정했다.
코팅된 비싼 놈이 조금 더 견뎌 주고 괜찮으면 큰 맘 먹고 나머지 문도 코팅으로 교체하고
아님 저렴한 창호지로 자주 바꿔 주는 것으로...ㅠㅠ
비싼 창호지로 붙였으니 제발 오래오래 무사하기를.....
오랜만에 몸도 풀었으니 냉장고에 찔끔찔끔 남은 채소들을 모아서 부침개를 부쳤다.
시금치가 제일 많이 들어갔으니 시금치 부침? 채소는 밀가루 넣어 부치면 다 먹을만 하니 시금치 부침도 나름 괜찮다.
특별 안동소주도 깠다.
저녁마다 술을 끼고는 살지만 나이 들면서 도수가 높은 술은 잘 안 먹게 되었다.
그저 밥 먹으면서 맥주나 와인 정도....용가리는 주로 소주...
그런데 고급 안동소주가 생겨 특별히 술 마시는 기분으로 저녁상에 임했다.
음...오랜만에 짜릿한 느낌...괜찮구나...많지 않은 양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어김없이 드러나는 욕심쟁이들 때문에 정말 짜증난다.
마스크 빼돌려 비싸게 되팔고 사재기하고...
나야 산골에서 사람 만날 일 없으니 잘 몰라서 그런다 할지 모르지만
마스크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라도 자신들이 절실히 필요하면 또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필요한 것 아닌가....
조금 한 박자씩 호흡을 늦추면 안될까...
그리고 창고에 그득그득 쌓아 놓고 되파는 놈들아 그깟 마스크로 돈 벌어서 아주 큰 부자 돼서 잘 먹고 잘 살아랏! 퉷!!
간청재 1호 매화
세상은 시끄러워도 꽃은 피고 풀도 올라온다.
밭을 만들고 씨도 뿌리고 우리는 그렇게 또 1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