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와 있는 동안 봉암사에 다녀왔었다.
지금 동안거 중이시라 잠시 뵙고 왔지만 희양산의 센 기운과 봉암사의 쨍한 느낌은 쉽게 가셔지지 않았다.
딸아이는 스님과 얘기 나누는 시간을 즐거워 한다.
이번에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대해, 시험공부 때 외운 내용을 말 해 칭찬(?)도 들었다.ㅎㅎ
이 다라니경을 스님이 해석하시고 주해도 달았다는 말을 듣고는 놀라기도 했다.
'역사 시간에 배운, 그 다라니경을 해석하셨다고요? 우와~~~'
'다라니'가 아주 집약된 글, 그러니까 부처님 말씀의 엑기스? 정도의 뜻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저 무심하게 나누는 일상적인 말들이 어떤 때는 큰 위안이 되기도한다. 또 한참을 지난 후에 갑자기 툭 생각이 나기도 한다.
죽음이란 밥 먹으러 오지 않는 것이구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수좌스님 이야기를 하면서 말씀하셨다.
항상 함께 바로 옆에서 식사하셨었는데 지금은 비어 있는 옆자리를 보면서 생각하셨단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좋다.
아이젠이 장착된 스님 털신ㅎㅎ
스님 마당에 피어 있던 장미가 그 모습 그대로 생을 마감하였다.
얼마 전, 용가리가 의자 옆에 있는 테이블을 조금 더 큰 사이즈로 만들면서 테이블보도 새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의자 방석 커버도 만들었다. 두 개는 있어야 세탁이 가능하니 말이다.
재단하고 남은 천조각이 있어 가방을 만들었다. 어째 마무리가 되지 않고 계속 계속 무언가 할 게 생긴다.ㅎㅎㅎ
딸아이가 와 있어서 너 줄까? 했더니 도안을 바꿔 달란다.
그리고는 처음 내가 생각했던 귀여운 꽃무늬가 아니라 사자 부자(아빠 사자와 아기 사자)를 자신이 직접 그려 주었다.
나는 별로 이쁜 것 같지 않다고 했지만 자기는 좋단다. 게다가 가방 안 쪽 주머니를 달아 줄 것도 요구했다. 휴대폰 넣어야 한단다.
자수가 많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완성되었다. 그래서 서울 갈 때 가져 갔다.
사자 뒤에 있는 오리는 딸아이가 수 놓았다가, 생각보다 귀엽지 않다며 다시 없애버렸다.
아무리 봐도 아기 사자가 아니라 두꺼비같다. 딸아이 말로는, 뚱뚱하고 다리도 짧은 어린 것이 크앙~~하고 아빠 따라 엄포 놓는 것이라는데 내가 보기에는...쩝...
딸아이가 요구한 안쪽 주머니에 내 맘에 드는 민들레를 수 놓았다. 안쪽이라 보이지 않음 ㅠㅠ
자수보다 가방 만드는 손바느질이 더 어렵다. 머리를 굴려 안감과 겉감, 주머니, 가방 끈까지 어찌어찌 하기는 했다.
공간지각력이 부족한 내가 머릿속에서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가며 나름 가방 만들기 기준을 세웠다. ㅋㅋ
딸아이가 서울로 올라 간 후 부족한 자수실을 주문하면서 천을 또 주문하고야 말았다.
린넨인데 가방용으로 두껍게 나온 것이라고 하니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커튼이나 방석을 재단하고 남은 린넨이나 다른 면 종류로 가방을 만들면 너무 힘이 없어서 좀 그랬는데 이 천은 어째 가방티가 날 것인감?
천이 도착해서 보니 또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그래서 또 가방 하나를 완성.
이번에는 천이 두꺼워서 자수도 이쁘게 안 나오고 바느질할 때 너무 밀려서 힘들었다.
에코백으로는 별로인 듯.....
인터넷 주문이어서 촉감을 알 수 없으니 이런 저런 천을 사 보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범적으로 만들어 보거나, 재단하고 남은 천으로 만든 소품들은 나중에 프리마켓에 들고 나가 팔아봐야겠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