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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나름의 크리스마스^^

by jebi1009 2019. 12. 23.

어릴 때는 12월 중반부터 1월 초까지는 설레고 들떠서 보내는 기간이었다.

겨울 방학에다 크리스마스에다 연말에다 연초 신정연휴까지....

신문의 한 면을 다 차지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면을 펼쳐 놓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에 동그라미를 치며 좋아했다.

단연 특선 영화가 가장 기대되는 프로였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벤허, 십계, 마리아와 요셉...등등의 영화를, 연말 연초에는 신나는 액션물이 많았다.

학교도 안 가고 맛있는 음식에 텔레비전도 실컷 보고 선물도 받았으니 그 기간은 황금 시간이었다.

12월 31일에 잠 들면 눈썹 하얗게 된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었다.

어릴 때 만큼은 아니어도 이 시기는 비슷하게 들뜨며 보내게 되었다.

사람들 만나고 맛있는 것 먹고 집에서 뒹굴거리고....ㅎㅎ

그러다가 용가리와 내가 사회생활을 접게 되자 모든 날이 비슷비슷하고 계절별로 돌아가는 날들이 더 중요해지니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는 그저 겨울의 한 중간쯤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케잌은 사다 먹었다. 나에게 있어 케잌 먹는 날은 중요하니까 ㅋㅋ

한 때는 딸아이와 함께 작은 트리도 만들고 촛대도 사서 예쁜 초도 켜고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은 1도 생각이 없다.

나중에 치우고 보관할 생각하면 귀찮음이 만빵이다.


올해는 웬일로 귀여운 크리스마스 느낌을 오래간만에 맛보고 싶어서 크리스마스용 쿠션 커버를 마련했다.

이 정도로도 크리스마스 기분 뿜뿜이다.

세상에 아무 생각 없고 다 부질 없다...하다가도 엉뚱한 곳에서 이상한 의지가 발동되기도 한다.

이번 쿠션도 급작스런 의지 발동의 결과다. ㅋㅋ








쿠션 커버를 갈아 끼우면서 또 갑작스러운 욕구가 생겼다.

그레고리안 찬트가 듣고 싶어졌다.

서울에서 가져온 엘피를 뒤져 그레고리안 찬트를 찾아 내서 턴테이블에 걸었다.

꼬진 턴테이블이지만 그래도 보스 스피커에 연결해서 앞면 뒷면 두 번 씩 들었다.

쪼그리고 앉아 듣고 있으니 '이제는 종교에 귀의하기로 했냐?' 용가리가 화장실에서 나오며 묻는다.

똥 누다가 갑자기 성가가 온 집에 울려 퍼져 이게 뭔 일인가 했단다. ㅎㅎ






이 정도면 다가올 크리스마스 기분이 다 충족되었다.

이제 맛있는 케잌 먹을 일에 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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