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내려와 열흘 간 함께 지내면서 방탕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내려온 다음날 시내 대형 마트에 가서 왕창 털어 와 냉장고를 채웠다.
문경 봉암사에 다녀오고 옆 골짜기 청매암에 가서 차 마시고 마을을 크게 한 바퀴 산책을 한 것 빼고는 집 안에서 뒹굴었다.
각자 구들방, 마루, 안방에 포진하고 있다가 저녁이 되면 모여서 부어라 마셔라~~
저녁마다 영화도 보았다.
'알라딘'과 '조커'는 딸아이가 가져와 이번에 새로 보게 되었다.
맥주 마시며 옛날에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기도 했다.
화재가 되었던 '조커'는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별로임.ㅠㅠ
'알라딘'은 주인공 알라딘 배역이 마음에 안 들었고 애니메이션이 더 나은 듯....
달다구리한 것들과 와인까지 챙겨온 딸아이는 처음에 와인을 건강식품이라며 넉살을 떨었다.
지나간 내 생일 선물이라며 선물포장 꾸러미를 내밀었는데 평소와 달리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딸아이는 실실 웃으며 갱년기 엄마를 위한 건강식품이라고 했다가 한방 비누와 화장품이라고 했다가 통조림 세트라고도 했다.
이 세 종류는 내가 선물로 받기 싫은 물품들이다. 그것을 알고 나를 놀린 것이다. ㅋㅋ
방탕한 생활을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갈 때 역시 우리 딸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편안하게 올라가지 않았다.
터미널에서 발권을 하고 버스에 올라 타기 전 서로 안아주고 뽀뽀하고 애틋한(?) 이별까지 하고 헤어졌는데
집으로 오는 중에 전화를 받았다.
버스표 예매 기록을 보내 달라는 것이다.
결론은 버스 안에서 버스표를 잃어버린 것이다.
좌석 확인하고는 어디다 집어 넣었는지 정신머리가 없어서 검표원 아저씨에게 표를 주지 못한 것이다.
이미 발권을 하면 예매 기록도 없고 다시 발권도 할 수 없다.
결재 내역과 예매 상황을 사진으로 남겨 놓았지만 그런 것들은 소용이 없다. 승차권에 있는 바코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이런 저런 자료를 보내주면서 어쩌지...하고 있는데 해결되었단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뚜껑이 확 열려 있는데 해결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전화를 거니 대뜸 하는 말이 '스릴 있고 아주 좋지?' 이런다.
참 할 말이 없었다.
전화로 내용을 들어보니
딸아이가 당황하며 다시 표를 발권하려고 내려갔는데 재발권이 안되니 난감해 하고,
차 출발 시간이 되었으니 기사아저씨는 딸아이 찾으러 오고....
그래도 기사아저씨가 일단 딸아이를 태우고 출발했단다.
기사아저씨는 표를 산 것은 맞는 것 같지만 그래도 표가 없으면 다시 운임을 내야 한다고 하며 일단 출발할테니 잘 찾아보라고 했단다.
그리고 출발 후 도넛 봉지에서 찾았단다.....아이구.....
내가 앞으로는 종이 발권 하지 말고 모바일로 발권하라고 해야겠다고 하니 용가리가
'그러면 아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전화할 것이다.'이런다. 맞아....ㅠㅠ
버스 시간 놓치는 일은 다반사.
버스에 지갑 놓고 내리고 그 사실도 모른 채 몇 주를 지내다가 서울 가는 날 지갑 없다는 사실 알고 버스회사 가서 (연말에 내려와 연초에 갔으니 1년이나 방치)지갑 찾아 오고...그래도 그 지갑을 찾은 것이 신기하다.
이번에는 그래서 지갑을 안 가져 오고 주머니에 카드만 넣어 왔다고 했다.
그럼 뭐하냐...버스표를 잃어버리는데...
우리 딸은 왜 그럴까? 왜? 왜? 왜?
이제는 많이 겪어서 옛날만큼 화가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이래서 우리는 아무리 떨어져 살아도 애틋한 관계가 될 수 없다. ㅠ
2020에는 좀 나아지려나?
딸아이가 나아지던지 아님 우리가 그냥 완전히 익숙해지던지....
아무래도 우리가 익숙해질 확률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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