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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by jebi1009 2020. 2. 21.

며칠 전 눈이 왕창 내렸다.

그냥 눈만 예쁘게 온 것이 아니라 토네이도급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누마루 창호지는 또 떨어져 펄럭거렸다.

이번 겨울 눈 대비하느라 미리 온라인으로 냉동식품 사서 채워 놓고 기름도 채워 놓고 했지만 겨울이 다 가도록 눈은 내리지 않고 포근포근한 날이 계속되었었다.

냉동실 식량도 거의 먹어치우고 있을 무렵, 그러면 그렇지!  한바탕 눈이 쏟아졌다.

역시 이번에도 맘 편히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군고구마 까먹는 일은 없었다.

왜 눈만 내리면 그렇게 없던 일도 생기는 것일까?

내내 아무 일도 없다가 택배가 온다던가(그것도 식품) 서울에 갈 일이 있는 날이던가, 하다못해 도서관 책 반납일까지 겹쳐서 괴롭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딸아이가 온다는 날이었다.

개강도 연기되었고 생활비도 아낄 겸 내려오는 것 같았다.

월요일 와서 토욜 간다고 했는데 내내 날씨가 좋다가 일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은 떨어지고 바람은 엄청 불어대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

일요일 내내 걱정이 되었다.

그래..정 우리가 못 나가면 면에서 택시타고 들어오라고 하지..마을 입구까지 오면 우리가 마중 나가서 30분 걸어 오지 뭐...

그러나 밤 새 눈이 내리고 하루 중일 눈이 오락가락 할 것 같은 날씨다. 바람 불고 눈은 계속 내리고 날은 흐리고....

아침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오던가, 아님 오늘은 우리가 면까지 못 갈 수 있으니 택시를 타야 할지도 모른다.

잠 기운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딸아이는 고민했다.

딱 50대 50이야...결정해 줘...

나도 몰라 니가 결정해...

최상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을 말 해 주고는 결정하라고 했다.

지금부터 눈이 그치고 생각보다 마을길도 괜찮아서 우리가 면까지 픽업가는 것이 최고의 상황,

눈이 계속 내리고 집 앞 길을 우리가 열심히 치우더라고 마을 길이 어떤지 모르니 우리는 나갈 수가 없고 택시를 타고 오려고 해도 딱 3대 뿐인 택시가 다들 일이 있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최악의 상황.

안전하게 내일 오던지, 아님 그래 도전!!을 외치며 면에서 걸어올 각오로 내려오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리는 모두 아무도 도전을 감행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속으로 다 알고 있었다. ㅎㅎ

결국 딸아이는 다음날 내려왔다.

이번에도 역시 맘 편히 눈 내리는 날을 맞이하지는 못했다. ㅠㅠ














어제는 긴급재난문자가 쉼 없이 빽빽 울어대고 걱정스러운 뉴스들이 쏟아졌지만

하늘은 더 없이 깨끗하고 날씨는 포근해서 읍내 나가 시장도 볼 겸 가까운 일두 정여창 고택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

한산한 읍내에서 용가리는 일부러 많이 길지 않은 머리를 잘랐고, 치킨도 두 마리나 샀으며 아이스크림도 제일 큰 걸로 한 통 샀다.

나의 지출은 누군가의 소득이다....사실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

바이러스도 경제 위기도 빨리, 잘, 현명하게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혐오와 비난이 아니라 협력과 위로다.

모두모두 서로서로 아껴주는 마음으로 이 시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다.

이 시점까지 마스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내일 올라가는 딸아이에게는 버스에서 마스크를 하라고 해야겠다.

드디어 나도 마스크를 구입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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