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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달래

by jebi1009 2020. 4. 1.

요 며칠 동안 고사리밭에 가서 풀뽑기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풀이 올라오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마무리는 하려고 매일 올라가 손마디 퉁퉁 붇도록 뽑고 있다.

마구 돋아난 작은 풀들을 뽑고 있으니 이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쇠뜨기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깨끗이 정리한 곳을 다시 보니 이제는 뾰족거리며 쇠뜨기들이..ㅠㅠ 아...울고 싶어라~~

쇠뜨기를 뽑으려 호미로 파다 보면 고사리가 막 올라오기 시작해서 깊이 헤집을 수도 없다.

그리고 어차피 쇠뜨기를 뿌리째 뽑는 것은 불가능하니 진정하자.

이렇게 한 해, 한 해 뽑다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잡힐 것이다.

우리집 마당을 보면 그런 희망이 생긴다.

고사리밭 풀을 뽑다 보니 잡초인 줄 알고 뽑았는데 아무래도 생긴 것이 어디서 많이 본 풀이 뽑혔다.

냄새를 맡아 보니 파냄새 비슷한 것이 달래가 틀림 없다.

처음에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기에 그냥 뽑아 버리려고 했는데 젭법 통통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달래를 조심스럽게 캐기 시작했다.

아...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땅에서 막 캐어낸 달래를 다듬고 씻는 것은 시작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달래는 뿌리가 달렸으니....

나는 달래지옥에 들어선 것이다.




흙과 검불이 묻은 달래를 이렇게 만들기까지....아이고 등짝이야 허리야...ㅠㅠ



꼬박 쪼그리고 앉아 달래를 다듬어 씻고 내친 김에 숙제로 남겨진 시래기도 삶아 냉동실에 저장했다.

겨우내 푸릇푸릇 잘 말랐었는데 구찮아서 매달린 채로 내쳐 두었더니 색깔이 많이 누렇게 되어 버렸다.

용가리가 화덕에 불을 지피고 솥단지 꺼내서 삶았다.

깨끗이 씻어 비닐에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었더니 마음이 다 개운하다.





서울 딸아이는 온라인 개강을 해서 나름 색다른 경험을 한다고 전했다.

실기실은 이용할 수 없지만 강의가 끝나는 시간에 완성한 만큼의 과제도 제출해야 한단다.

실수도 있고 강의 화면에 강아지가 지나가기도 했다고....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환불 받아야겠다며 학교측에 계속 요구하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분개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모두 힘들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모두가, 전 세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패닉에 빠지지 않고 아직까지 믿음을 주며 잘 대처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높이는 높아져 요구 사항도 날로 늘어나는 것 같다.

오죽하면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축구 경기를 볼 때 '야 저걸 못 넣냐' '저렇게밖에 못 하냐'하는 사람들에게 '야 그럼 니가 가서 뛰어봐, 니가 골 넣어봐'이렇게 쏴주고는 한다.

직접 선수로 뛰어서 골을 성공시킬 수 없다면 옆에서 진심으로 응원해 주면 된다.

지금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와 있지도 않고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당연히 계획이나 대책도 없었고 또 그에 대한 결과도 알 수 없다.

검증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 커다란 연결 고리 안에 있는 모든 개인들의 불편함이 일시에 해소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보는 한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이 모든 일에 임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진정성을 믿고 그저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고 이 시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적어도 천 명은 넘을 거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밭에서 돌아와 툇마루에 앉아 흙 묻은 양말을 벗으며 보는 하늘이 멋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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