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마루 위의 작은 창의 창호지 교체 작업을 끝내면서 1차 숙원 사업을 완수했다.
외부에 한식 문을 갖고 있는 간청재는 어쩔 수 없이 창호지 바르는 일을 해야만 한다.
3,4년 전 처음에는 안방 창문 4개와 출입문 4개를 했었다.
문을 모두 떼어 내고 물을 뿌려 종이를 떼어 내고 사포질도 하고 오일스텐도 발랐다.
종이는 읍내 지물포 할머니가 보여 주시는 튼튼해 보이고 값도 저렴한 것으로 샀다.
풀을 쑤고 종이를 정성껏 재단해서 붙였다.
그럭저럭 잘 붙어 있었는데 1년 정도 지나자 안방 창문이 비바람에 떨어져 나가고 다시 같은 종이로 붙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방 스르륵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다시 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를 한 두 번 정도 했다.
이번에는 다시 붙이면서 누마루 종이도 교체하기로 했다.
누마루는 12쪽이다. 문이 많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작년에 대대적인 교체 작업을 했다.
12쪽 문을 모두 떼어내고 더러워진 종이를 벗겨내고 말리고...
이번에는 사포질이나 오일스텐 바르는 것은 생략했다. 왜냐고? 귀찮고 힘들어서..ㅠㅠ
역시 읍내 지물포에서 같은 종이, 같은 풀로 붙였다.
정성을 다 해서 붙이고 문을 다시 걸었다.
그런데!!!! 가장자리부터 종이가 말리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붙인 안방 창문쪽도 비바람 한 번 부니까 너덜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풀칠하는 종이의 단면을 거꾸로 해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반대 면에 다시 풀칠해서 붙여도 누마루 문은 쉽게 붙지 않았다.
이번 겨울과 봄,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비도 많이 내렸다.
너덜거리는 문종이를 테이프로 대충 붙여놓고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작업을 감행하기로 했다.
읍내 지물포에서 아무거나 대충 사지 말고 좀 알아보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여기저기 알아 보니 세상에나.. 창호지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직접 만져보거나 볼 수가 없으니 두께나 질감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결론.....비싼 종이가 좋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접착제의 선택이다.
창호지에 아크릴이나 부직포 같은 것이 섞여 있는 것은 일반 도배풀로는 붙지 않고 도배용 본드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순수한 창호지는 일반 풀로 붙여도 된다.
우리가 여태껏 붙인 종이는 부직포 성분이었는데 그것을 일반 풀로, 그것도 잘 붙인다고 찹쌀풀까지 쑤어서 붙였으니 나무 살에 잘 붙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처음에 뭣도 모르고 붙인 출입문은 왜 잘 붙어 있지? 음...그것은 그저 운이 좋은 것으로...
아니면 출입문은 문이 커서 나무 살의 굴곡이 별로 없고 단면이 넓어서 잘 붙어 있는 것 아닐까...하는 정도.
일단 안방 창문 4쪽은 비싼 아크릴 창호지를 선택했고 누마루 12쪽은 일반 창호지를 선택했다.
아크릴 창호지가 미터 당 만 원 정도 해서 누마루까지 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일단 붙여 보고 좋으면 다음에 누마루도 비싼 종이를 붙이기로 했다.
안방 창문에 아크릴 창호지를 붙였다. 도배용 본드로 붙이니 어찌나 잘 붙던지...부직포 풀로 붙이면서 동동거렸던 내가 한심하다.
문을 떼어 내거나 청소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문 붙여 놓은 채 종이 대충 벗겨 내고 붙였다.
이것이 생활인의 자세다. ㅋ
지금까지 살펴 본 결과 좋다. 10년 이상 버틸 것 같다. 비바람 몇 번 맞아도 변색도 별로 없고 때깔도 좋다.
반면 누마루용 창호지는 너무 얇았다. 일반 풀로도 잘 붙었다.
또 한가지, 풀도 건조 풀이 있었다. 읍내 지물포에서 파는 풀은 비닐 안에 든 걸죽한 풀이었는데 그것은 시간이 좀 지나면 쓸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건조풀은 오래 두고 쓸 수도 있고 물에 풀어서 사용하니 아주 간편하고 접착력도 좋다. 게다가 순수 녹말로 만들었단다. 이런 건조풀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일단 5년 만에 누마루 12쪽 문을 모두 하얗게 붙여 놓으니 기분은 좋았다.
너무 얇은 종이라서 한 겹 더 바르기로 했다.
여기 저기 찾아보니 우리처럼 한식 문이 바깥에 있는 경우에는 종이로 초배지를 바르고 그 위에 부직포나 헝겊 등을 바르는 것 같았다.
누마루는 12쪽 문 위에 작은 쪽창이 또 6개가 있다.
그 쪽창은 지붕 바로 밑에 있어 비바람 습격이 조금 덜 한 곳이라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밑에 12쪽 문을 새로 붙여 놓으니 너무 더러워 보이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다시 붙이기로....면적이 작으니 비싼 종이로 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이것이 마지막 작업이 될지도 모르니까..아니, 마지막으로 붙이는 것으로 하자.
쪽창은 위에 있어 문을 떼어내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뗄 수 없게 되어 있는 문이었다. ㅠㅠ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며 더러운 종이를 떼어 내고 비싼 새 종이를 붙였다.
창문에 매달려서 종이를 떼어 내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다음날 어깨며 목이 어찌나 쑤시고 아픈지 ㅠㅠ
12쪽 누마루 문은 다시 붙이려고 보니 그 사이 조금씩 터진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은 도려 내고 땜빵하고 다시 붙였다.
누마루 문을 보면서 저 위에 있는 쪽창 창호지 발라야 하는데...하면서 항상 마음이 찜찜했는데 붙여 놓으니 속이 다 시원하다.
누마루 문도 한 겹 더 바르니 훨씬 짱짱해졌다.
누마루 문은 순수 창호지니 얼마 있으면 비바람 습격에 허물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그때 출입문과 함께 아크릴 창호지로 모두 바꾸면 정말 진정한 숙원 사업이 완수되는 것이다.
종이값에 거금이 투척될 사업이다.
이제 어느 정도 한식문 붙이기에 요령이 생겼는데 아크릴 종이가 한 몫하여 다시는 그 요령을 써먹을 일이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님 평생 멀쩡할 줄 알았던 종이가 배신할지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