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연꽃을 보고야 말겠다.
고라니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밭작물은 대충 줄도 치고 한냉사도 씌웠는데 꽃은 막아내지 못했다.
고라니가 연잎을 좋아해서 먹어치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먹을 만큼 먹으면 잎을 조금 남겨 두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몇 해 전에는 애지중지 하얀 수련이 딱 하나 피었는데 딱 하루 보고 고라니가 똑 따 먹었다.
그 이후로도 해마다 연잎이 올라와서 물 위에 조금 퍼진다 싶으면 바로 고라니가 다 먹어치웠다.
올 처음으로 고라니가 할미꽃을 먹어치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연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웬일인지 물 위에 수련과 어리연 잎이 꽤 많이 올라왔는데도 무사했다.
운이 좋아 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는 찰나 그 다음 날 아침 보니 고라니가 먹어치우고 갔다.
속상한 마음에 들여다 보니 그래도 연잎이 두 개 정도 남아 있었다.
그래! 결심했어!
조금 귀찮아도 밤에는 연못을 덮어두자....
적당한 것이 없어 나무 판자 두 개로 잎이 있는 부분을 막아 두었다.
이 정도면 고라니가 머리를 들이밀 공간도 없어 보이고 해서 무사할 것 같았다.
며칠 동안은 무사히 지나갔고 연잎도 다시 꽤 많이 생겼다.
그. 러. 나. 아...고라니 이노무시키...
아침에 나가 보니 기가 막혔다.
좋아 해 보겠다는 거지?
그날은 한냉사를 덮고 그 위에 판자를 덮었다. 한냉사 주위는 돌로 눌러 놓았다.
매일 저녁 덮어 놓고 아침에 또 벗겨내고 하자니 귀찮기도 하고, 한냉사가 물에 젖어서 그 위에 개구리, 벌레들도 많고...
좀 더 편안한 방법을 생각했다.
며칠 동안 연잎이 다섯 개 생겼다.
물 위에 연잎이 다 덮을 때 즈음 돌로 눌러 놓은 소쿠리까지 고라니가 밀쳐내고 또 먹어치운다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라도 연꽃을 보고야 말겠다.
오디의 계절이 왔다.
오디와 부추는 내가 예뻐하는 아이들이다.
특별히 심고 가꾸고 신경 쓰지 않아도 해마다 이렇게 바구니를 채워주니 말이다...
참 올해 부추는 처음 보는 벌레 때문에 속상했는데 이제는 다시 건강해졌다.
뽕나무에 매달려 오디를 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달려 있는 만큼 먹을 것이 생기니 참으로 복이다.
어제 한참 동안 보지 못했던 둥이엄마가 잠시 들러 햇꿀이라며 건네고 갔다.
얼굴 봐서 넘나 반갑고 건네주는 꿀을 보며 마음이 촉촉해졌다.
나는 안다. 둥이아빠의 살과 뼈를 갈아 넣어 이 꿀을 땄을 것이다.
나는 둥이네가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그 꿀에 대한 적당한 보상.....둥이아빠의 땀과 노력으로 담아낸 꿀이 '이만하면 됐다'싶을 만큼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둥이아빠의 환하고 큰 웃음은 그 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