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 : 안방의 보료 옆이나 창 밑에 두고 문서·편지·서류 등의 개인적인 물건이나 일상용 기물들을 보관하는 가구. (다음 백과)
나도 문갑을 갖게 되었다.
처음 뜨개질, 바느질을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물품들이 생기게 되었다.
책이나 도안은 마루의 책꽂이에, 바느질과 뜨개질 소품들은 구들방 작은 장에 넣어 두게 되었는데 자주 가져다 쓰게 되면서 이 물품들을 한 곳에 모아 두고 싶었다.
사실 필요에 의해 한 두 개 만들고 그만 두려고 했으나 하나를 완성하면 또 다른 것을 만들게 되고,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것을 만들게 되어 결국 관련 물품들은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계속 안방 주변에 너저분하게 있게 되었다.
그래서 안방 내 자리(?) 옆에 작은 장을 하나 만들어 이 모든 것을 넣어 두면 깔끔하고 편리하겠다 싶어 용가리에게 주문했다.
물론 용가리는 알았다...하고는 한참을 있어야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이라서 작년 주문한 것이 이제 만들어진 것이다.
제작 기간은 그리 길지 않으나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엄청 걸린다. ㅠㅠ
마음 같아서야 좋은 나무로 더 멋스럽게 만들고도 싶으나 트럭이 없어 직접 목재를 구하러 가지 못하고 또한 목재 재단에 필요한 기계가 없는 관계로 형편에 맞게 온라인으로 저렴한 목재를 주문하여 만들었다.
그래도 용가리가 완전 손으로 만든 것이라 어설프지만 귀엽다.
문갑 안에 바느질 함, 다리미, 책, 도안 등등을 넣었는데 이런! 자수실 함이 들어가지 않는다.
문갑을 다시 만드느니 자수실 함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 용가리가 그 오더는 받을 수 없다며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ㅋㅋ
자수실 함은 한과 바구니를 재활용한 것이어서 꼭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 그냥 위에 얹어 놓아도 괜찮을 듯.....
보료(?)옆에 문갑을 놓고 안방마님 된 듯 기분이 좋았는데 며칠 지나니 크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조금 더 작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다리미 등등의 물품이 들어가지 않아 실용성이 떨어지고...
그러다 노트북 책상(이것이 용가리의 최초 작품이다) 크기가 옆에 있으면 딱 좋을 것 같아 그 책상을 옮겨 놓아 보았다.
옮겨 놓으니 크기도 적당하고 어차피 자수실 함이나 자잘한 소품 통은 옆에 꺼내 두고 써야 하므로 그냥 위에 얹어 두어도 좋겠다 싶었다.
나름 정리도 되고 편리함도 있고...
새로 만든 문갑은 노트북 책상으로 가게 되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반짇고리나 다리미 등등의 물건들을 넣어 두고 꺼내 쓰기도 좋다. 그리고 다른 잡다한 것들도 넣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문갑은 안방마님 컨셉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노트북 책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 백과사전을 보면,
보통, 외문갑[單文匣]과 쌍문갑(雙文匣)으로 분류된다. 형태에 따라 책문갑(冊文匣 : 책상을 겸한 것)·난문갑(亂文匣 : 장식공간이 많은 것)·당문갑(唐文匣 : 花柳文의 중국식 문갑)이라 불리며, 용도에 따라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되어 있으니 책문갑에 해당되겠다. ㅋㅋㅋㅋㅋ
어쨌든 자잘한 물품들이 옆에 있어 청소할 때도 매번 치워야 하고 불편했는데 정리가 되어 기분이 좋다.
이제는 도안이나 책도 바로바로 옆에서 꺼내 볼 수 있다.
그리고 뽀나스로 작은 받침도 하나 만들었다.
지난번 함을 만들고 남은 짜투리 목재로 전기주전자 받침을 만들어 주었다.
바닥에 놓고 쓰는 것이 아무래도 좀 찜찜해서 받침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번에 만들었다.
만일 이것만 또 따로 만들려고 하면 아마도 두어 달의 생각 끝에 몸을 움직였을 것이다.
시작만 하면 엄청 몰입해서 결과물을 내는데 어째서 그 '착수'가 어려울까?
나는 생각이 나면 다시 뜯어 고치더라도 일단 착수에 들어가는데 용가리는 정 반대다. 안 맞아...안 맞아...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