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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첫눈

by jebi1009 2020. 12. 30.

대설주의보 안전문자 때문에 잠이 깼다.

무려 6시 50분....

어젯밤 바람이 몹시 불고 기온이 내려가더니 밤새 눈이 내렸다.

용가리가 먼저 일어나 덧문을 여니 밖이 하얗다.

이불속에서 눈 덮인 지리산을 보는 맛이란..ㅎㅎㅎ

커피를 내리고 햇살에 눈이 녹기 전 발자국 남기러 딸아이와 마당으로 나갔다.

오... 날씨가 매서워서 눈이 녹지는 않겠다.

차가운 바람에 쌓여 있던 눈들이 회오리를 만든다.

 

지붕에 쌓였던 눈이 엄청난 강풍에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눈보라를 만들었다.
커피 보내러 우체국 가야 하는데 결국 가지 못했다. 재실까지 눈을 치웠지만 마을 길이..ㅠㅠ
딸아이가 툇마루에 놓아둔 띵띵이 간식. 한 이틀 띵띵이가 오지 않자 추운 날 고생하지 말고 어여 오라고 특별히 마루에 놓아둠.

이렇게 2020이 가는구나...

조금만 견디자... 조금만 조심하자... 이러다 1년이 가버렸네 ㅎㅎ

어이없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이 모든 일들을 승리를 위한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그래서 이겨야만 한다면 그것은 나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승리를 위한 싸움에서 진다면 그 패배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고, 탓하고 싶은 대상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승리의 편에 서기를 원하고 그런 자신을 합리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것이 옳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마땅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그저 후회하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쩌면 이번 정부에서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또다시 브라질의 보우소나르와 같은 대통령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5년 10년 또 다시 후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 나이 환갑이 지나서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에 앉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더라도 분명 달라지는 것은 있을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옳다고 여기기 때문에 행동하면서 살아야겠다.

많이 후회하지 않게 살아야겠다.

그리고.... 오래 걸리더라도 옳은 길이라면 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2020을 보내고 싶다.

 

나는 아주 약아빠져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지리산 산골에서는 판사 검사 아무리 지지고 볶더라도 살아가는데 큰 변화는 없을 듯싶다.

안 보고 안 들으면 나 사는 데는 아무 문제없다.  그렇게 나는 잘 살 것이다!!! ㅎㅎㅎㅎ

2021에도 나는 이기적으로 아주~~~ 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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