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비가 거의 오지 않고 햇살도 좋아서 곶감이 빨리 된 것 같다.
어느 해는 가을비가 많이 내리고 겨울 기온이 높아서 곶감에 엄청 신경이 쓰였었다.
곶감은 감을 깎아서 널 때마다 참 신기한 생각이 든다.
떫고 딱딱한 감이 어쩌면 이렇게 달고 말랑말랑 해지는 것일까....
처음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 때에는 한 겨울 지날 동안 누마루에 매달아 놓은 채 하나씩 쏙쏙 빼먹었었다.
반건시부터 완전 건시까지 고루 맛볼 수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아이들은 너무 말라버렸다.
그래도 맛있게 먹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다 매달린 곶감을 누마루 문 여닫으며 관리(?) 하기 귀찮아서 반 정도 빼먹고 남은 곶감들을 바구니에 담에 놓았더니 살짝 분도 생기면서 또 다른 곶감 맛이 났다.
조금 숙성된 맛이랄까.... 크게 다른 맛은 아니지만 미묘한 차이가 나면서 옛날 먹던 곶감 맛이 났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후루룩 흘러내릴 정도의 반건시는 없었고 하얗게 분이 난 마른 곶감만 있었다.
내가 간청재 와서 곶감을 하는 이유는 곶감을 예전부터 좋아하기도 했지만 건시, 즉 마른 곶감을 먹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냉동실에 보관해야 하는 반건시를 팔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정도 잘 마른 쫄깃한 건시를 더 좋아한다.
어쨌든 곶감을 깎아 너는 것은 월동 준비의 아주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산골마을 이곳 간청재에서 한겨울 지날 동안 곶감은 작은 즐거움, 아니 큰 즐거움 중 하나다. ㅎㅎㅎ
대부분 곶감이 적당히 잘 말랐고 그중 좀 더 말려야 할 것들 한 줄 정도만 매달아 놓고 차곡차곡 바구니에 담았다.
누마루에 놓고 들락날락거리며 먹을 생각에 벌써 기분이 달달하다^^
* 요즘은 띵띵이가 거의 매일 온다.
고양이 사료를 또 한 봉지, 이번에는 좀 더 큰 것으로 샀다.
지난번 언니네가 챙겨준 간식도 만나면 조금씩 주는데 띵띵이는 간식보다는 밥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띵띵이를 발견하면 용가리가 창고에 가서 사료를 가져오고 그 사이 내가 간식을 조금 댓돌 위에 놓아주는데, 간식을 먹다가도 용가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먼저 누마루 밑 사료 그릇 앞으로 가서 기다린다.
물론 아직도 쳐다보면 절대 먹지 않는다.
간식을 주고 자리를 떠나야만 와서 먹는다. 사료도 마찬가지.... 의심은 많아가지고 ㅠㅠ
멀리 떨어져서 안 보는 척하면서 흘끔 보면 기가 막히게 눈치채고 먹는 것을 멈춘다.
그렇게 먹고는 마루에서 늘어지게 한잠 자고 슬슬 떠난다.
고양이들은 날이 추워지면 어디 가서 추위를 피할까... 겨울을 잘 보낼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