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중 하나인 곶감 깎기를 치렀다.
올해는 읍내 장에 가서 감을 사지 않고 감 농장에 가서 사게 되었다.
장에 가서 감을 사려면 감 나오는 시기, 10월 20일경부터 장날에 가서 감이 나왔나 살펴야 한다.
운이 맞으면 한 번에 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두어 번 장날에 나가야 한다.
단감이 먼저 나오고 고종시가 나오고 대봉이 나오는데 그 시기를 딱 맞히기가 힘들어 여러 번 걸음을 해야 한다.
어떤 때는 곶감 깎는 감 나오려면 두어 주는 있어야 한다는 감 파는 아주머니 말을 믿고 11월 초에 갔더니 이미 감이 끝물이었다.
게다가 올해 감이 잘 안 되었다는 말도 있으니 장터에 감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곶감 하는 감 농장을 어찌어찌 알아내 전화해 보니 자신들도 올해 감이 별로 없어 사야 할 판이라 감을 팔 수는 없다고 했다.
두 번째 감 농장에 전화하니 감을 팔 수는 있는데 가격이 엄청 올랐다고 한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봉감이 고종시보다 비싼데 지금 고종시 가격이 예년 대봉감 가격 정도 되는 것 같다. 대봉감은 더 비싸고....
예년에는 장에서 운 좋게 고종시를 만나면 고종시를 샀지만 없으면 주로 대봉을 사서 깎았다.
농장에서는 고종시, 단성시(요건 처음 들어보는 감 종류)를 수확하고 있고 대봉은 좀 있어야 나온다고 했다.
고종시는 고종 임금에게 진상하는 감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단성시는 단성 고을에서 진상한 감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감을 사고 싶다 하니 어디냐고 물어본다. 마천이라 하니 그럼 와서 가져가면 되겠다고 하신다.
농장의 위치가 유림이었다. 유림은 여기서 2,30분 거리다.
우리 마을에도 감농장이 있는데 여태껏 산책하면서 감을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할 감나무에 감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게 뭔 일인지??? 날씨가 안 좋아서 감 농사가 안 되었다는데 감이 다 떨어져 버렸나? ㅠㅠ
약속한 날 전화하고 점심 식사 시간에 맞춰 감을 사러 갔다.
감 농장은 근처 어디인 듯.... 오전 작업을 마치고 트럭에 감을 하나 가득 싣고 오셨다.
가족끼리 하는 곶감 농장이었다.
올해는 날씨가 좋지 않아 함양에 고종시 70프로가 없어졌다 한다. 올해 감 관리하는데 엄청 힘드셨다고....
감나무에 대한, 곶감 만들기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팍팍 느껴지는 아저씨였다.
역시... 내가 장에서 샀던 고종시와 차원이 달랐다.
일단 크기가 컸다. 전에 장에서 샀던 고종시의 두 배 정도? 크기별로 선별된 감이다.
그리고 진짜 씨가 없었다.
농장에서 내려오시면서 홍시 된 감들을 따로 담아 와서 맛 보라며 주시는데 진짜 씨가 하나도 없었다.
장에서 고종시라고 사서 곶감 했는데 씨가 다 있었다.ㅠㅠ 짝퉁 고종시? ㅋ
곶감 깎으면서 꼭지가 떨어진 감은 쪼개서 널었는데 씨가 하나도 없다.
갑자기 드는 생각.
아니 씨가 없으면 이 감나무들은 어떻게 번식하지??
또 곶감을 하려면 감을 숙성시켜해야 맛이 좋다고 알려 주셨다.
그리고 숙성 정도에 따른 감의 탄력을 알려 주시며 감을 만져 보라 하셨다.
아주 딱딱한 감 말고 약간의 쿠션이 느껴지는 감을 깎아야 한다고....
지금 막 따온 감은 3,4일 정도 두었다 깎아야 한단다.
한 상자에 홍시가 서너 개 나올 때 깎으면 맛이 좋다고.... 좀 무른 듯한 감이 곶감 하면 맛이 좋단다.
그런 감은 손으로 깎아야지 기계로는 물러서 못 깎는다 하셨다.
그동안 곶감을 말려 보면 투명하게 잘 마른 곶감도 있지만 누렇게 퍽퍽하게 되는 곶감도 있는데 그것은 덜 익은 감을 깎아 널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말이다.
적당히 숙성해서 냉장 보관된 감을 사기로 했다.
하루 묵히고 깎으라 하셨다.
여러 가지 많이 배웠다. ㅎㅎ
다음날 오전부터 감을 깎기 시작했다.
감을 펼쳐 보니 비싸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든다. 훌륭한 감들이다.
감을 깎아 매다는데 하루가 종일 걸렸다.
정확히 244개를 깎았다. 역대 최고다. 보통 100개에서 150개 정도 했었다.
한 상자에 100개 안팎으로 들었는데 한 상자만 살까 하다가 욕심이 나서 두 상자를 샀던 것이다.
딱딱하고 덜 숙성된 감도 몇 개 있었는데 놔뒀다 깎을까 하다가 귀찮아서 다 해 버렸다.
나중에 그 감이 누렇게 되는지 살펴봐야겠다. ㅎㅎ
떫은 맛이 사라지고 단 맛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들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한냉사를 누마루 둘레에 쳐야 하나? 고민중....
곶감을 널고 나니 벌써부터 먹고 싶다.
씨 하나도 없는 진정한 고종시 곶감을 먹을 수 있다.
마구마구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