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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점심 나들이

by jebi1009 2020. 10. 24.

아침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봉암사 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구례 오셨는데 점심 먹으러 쌍계사 쪽으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말씀이셨다.

오랜만에 점심 약속..ㅋㅋ

여기서 화개까지는 1시간 반이 넘는 거리. 서둘러 준비하고 나섰다.

요즘 날씨가 궁둥이 들썩거리게 만드는지라 차 타고 가는 동안에도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쌍계사 벚꽃길 한참 들어가서 비구니 스님이 차리신 국숫집이 있다 하셨다.

한적한 꽃길(꽃은 없지만)을 달려 도착하니 스님이 타신 차도 막 들어왔다.

몇 번 뵌 적이 있는 분들과 함께 오셨다.

아기자기한 국수집에 들어가 정갈한 국수 한 차림을 받으면서 서로들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용가리와 둘이 서로의 얼굴만 보고 살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 얼굴 보며 밥 먹는 것이 참으로 오래간만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밥 먹는 것이 참 오랜만이고 그래서 더 반갑다고 인사를 했더니

'간청재 그곳도 암자라고 해야겠네...' 하시며 다들 웃으셨다.

 

비구니스님의 반려견 차오차오. 생김새와 달리 엄청 순하다는데 나는 아무리 봐도 무섭다. 이름이 '해탈이' ㅎㅎ

 

점심 먹고 근처 구례에 있는 빵집으로 갔다.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든 동네 쌀빵집이었다.

역시 스님과 잘 아는 사람들이 어울려 만든 곳....

작고 귀여운 빵집. 식빵, 햇살빵, 감자빵 세가지만 만들고 있었다.

소박한 식사용 빵인데 담백하고 쫄깃했다.

 

스님은 금, 토 섬진강을 걷기 위해 나오셨다 한다.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에서 광양까지 섬진강 줄기를 걷는 일정인데 매주 금, 토만 연달아 걷는다고...

'너희들도 걸을래?'

스님이 물으시자마자 용가리와 나는 동시에 '아뇨'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무안했는지 용가리는 무릎이 어쩌고 하면서 궁시렁대며 변명한다. ㅋㅋ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스님 주변에는 참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 다양함을 모두 포용하시는 스님이라니....

 

간청재 돌아오니 저녁 무렵이 되었다.

용가리는 서둘러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점심 나들이가 좋았다.

 

** 스님과 동행한 박남준 시인에게 받은 시 낭송 cd.

아날로그 감성? 예전 시 낭송테잎 이런거 생각난다. 요즘도 '시 낭송의 밤' 이런거 하나?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낭송시다. cd가 아니라 음원이 있으면 다운 받아 일할 때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당, 텃밭 일을 할 때 책 읽어주는 팟케 종종 듣는데 풀 뽑을 때나 산책할 때 시 낭송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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