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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마님과 머슴

by jebi1009 2021. 1. 8.

또 큰 눈이 내렸다.

기온이 영하 20도 밑까지 떨어졌다.

밤새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누마루 안 사방 문 주변 마루에 하얗게 눈가루가 덮였다.

누마루 문틈 사이로 바람과 함께 눈가루가 들어온 것이다.

누마루 바닥에 덮인 눈을 보면서 새삼스레 놀란다.

옛날에는 어떻게 저런 문으로 겨울을 났을까? 생각만 해도 춥고 시리다...

기온은 낮아도 햇살이 좋으니 자연스레 녹고 마루는 보송하게 마른다.

내린 눈과 낮은 기온 때문에 한동안은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당장 길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눈을 치워 놓아야만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또 택배가 온단다.

어째서 눈 내려 길이 얼어붙으면 꼭 일이 생길까?

내내 아무 일도 없다가 택배가 오거나 커피 주문이 오거나 도서관 도서 대출 마감일까지 겹친다.

이번에 오는 택배는 커피 생두 20킬로... 마을 입구 보건소까지 걸어가 들고 오기에는 너무 무겁다 ㅠㅠ

역시 택배 아저씨의 전화...

다음에 마을 오실 때 가져다주실 수 없냐고... 보건소 앞까지 가더라도 들고 올 수가 없다고 사정을 말하니 그렇게 해 주시겠단다.

커피 생두가 신선식품은 아니지만 보건소 마당에 며칠씩 방치하기에는 좀 찝찝하기 때문이다.

 

건너편 아저씨와...
마님은 뜨뜻한 안방에서 머슴이 잘 하고 있나 감시하고 있음 ㅋㅋㅋ

햇살이 내비치자 용가리가 주섬주섬 챙겨 입고 눈 치우러 나간다.

나도 나갈까?

눈은 머슴이 나가 치울 테니 마님은 뜨뜻한 안방에 앉아 커피 마시고 계시란다.

그럼 나야 땡큐지! 

땀 한 판 흘리고, 콧물은 더 많이 흘리고 돌아온 머슴에게 특별히 마님이 떡국을 하사했다.ㅋㅋ

간청재에 내려온 초반에는 둘이 함께 나가 눈을 치웠는데 건너편 집 아저씨가 합세하면서 나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춥고 기운 달리고... 난 역시 마님 체질이다. ㅎㅎㅎ

 

 

** 용가리의 유일한 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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