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심심풀이

84 charing cross road,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by jebi1009 2021. 3. 7.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한다.

종이의 감촉이나 냄새, 종이와 활자의 어우러짐, 여백의 정도...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중고책방에 가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옛날에는 중고 책방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냥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중학생 시절 친구와 중고책방에 놀러 갔다가 사 온 책이 '백 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G 마르케스'!

표지와 두께가 멋져 보여 사 온 책인데 뭔 말인지도 모르고 꾸역꾸역 읽었던 기억이 있다. ㅎㅎ

 

책과 관련된 영화 두 편을 봤다.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경우, 실망할 때가 많은데(리스본행 야간열차, 영화는 완전 대실망ㅠ)

이 영화들은 책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본 경우라서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영화는 참 좋았다.

두 영화 모두 조금 차이는 있지만 전쟁 직후의 시대적 배경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편지를 통해 신뢰와 사랑, 우정이 쌓이는 이야기다.

 

채링 크로스 84번가

실제 배경이 된 마크스 서점

 

책을 좋아하는 미국의 가난한 무명작가 헬렌 한프와 영국의 마크스 고서점의 프랭크 도엘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약 20년 간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다.

영국의 채링 크로스 84번가에 있는 마크스 서점.

헬렌은 몇 번이나 서점에 방문하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결국은 프랭크 도엘이 죽고 마크스 서점은 문을 닫은 후에나 방문하게 된다. 

 

헬렌은 뉴욕의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영문학 작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사고 싶은 책 목록과 5달러 미만에 살 수 있는지, 마크스 서점에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시작된 서점과 헬렌의 인연.

전쟁 후 영국은 물자 부족으로 식품 공급도 제한되는데, 미국에 있는 헬렌은 서점 직원들에게 귀한 식료품들을 종종 보내주고 서점 직원들은 완전 감동한다.

또 서점 직원들은 헬렌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성심을 다해 구해서 보내준다.

 

옛날 서점은 마치 골동품 구입가게와 같았던 것 같다.

'바람의 그림자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가 생각난다.

책의 배경이 되는 서점.

주인공의 아버지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어디서 귀한 책이 났다고 하면 며칠씩 시간을 내서 책 구입 출장을 가고,

구입하고자 하는 책을 손님이 의뢰하면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찾아다니기도 한다.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곳도 신비로운 골동품 수장고와 같은 느낌...

 

헬렌과 프랭크 도엘은 책 구입 이야기로 편지를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책에 관한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등을 나누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 간다.

헬렌이 책을 좋아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 좋았다.

책 여백에 글귀가 있는, 다른 사람의 흔적이 있는 책을 좋아했고

책의 크기나 테두리 색깔을 따지는 모습도 그랬다.

공원을 산책할 때 주머니에 넣고 읽을 수 있는 시집을 원한다던가 하는.....

나중에 프랭크 도엘이 구해서 보내준 책은 정말 공원 산책하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읽으면 딱 좋을 그런 표지와 두께를 갖고 있었다.

물론 원하는 작가의 잘 편집된 글이 주문하는 책 조건의 가장 우선 순위이지만 책이라는 것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과 정겨움을 따지는 것이 좋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감자껍질파이를 먹는 줄리엣.

2차 세계대전 중 유일하게 독일에 점령되었던 영국해협에 위치한 건지섬에 있는 북클럽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쟁이 끝난 직후 런던에 사는 작가 줄리엣은 건지섬에 사는 '도시'라는 사람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줄리엣이 남긴 메모가 있는 찰스 램의 책이 건지섬까지 흘러가게 되어서 그 메모를 보고 편지를 보낸 것이다.

섬에는 책을 구하기 어려우니 다른 책을 좀 보내달라는 도시의 편지. 그렇게 줄리엣과 도시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독일군 점령 당시 먹을 것을 모두 빼앗기고 감자로 연명하던 건지섬 사람들은 몰래 숨겨 놓은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조용한 파티를 연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독일군에게 검문을 당한는데,

얼떨결에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고 둘러대고 그렇게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만들어진다.

파이를 만들 재료가 없어 감자껍질을 넣고 만들었다는데 맛은 영 아닌 것으로......

 

채링 크로스 84번가와 다른 점은

줄리엣이 편지로 주고받던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직접 건지섬으로 가서 그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북클럽 사람들과 만나고 전쟁 중의 아픈 사연도 듣고 로맨스도 생기고....

 

책과 편지... 참 좋은 소재들이다.

지금은 중고 책방에서 메모가 남겨진 헌 책을 살 수도 없고

전자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이용으로 편지를 보낼 일도 없지만 참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다.

이 영화들을 보면서 잠시 추억팔이를 해 본다.

 

 

 

 

'심심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수가방  (0) 2021.04.29
자수 가방  (0) 2021.03.16
해바라기  (0) 2021.02.11
찻잔 받침  (0) 2021.02.05
바다  (0) 202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