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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무슨 지리산을 양수리 나가듯이 가냐? 2013/06/26

by jebi1009 2018. 12. 25.


       

지난주말 지리산행에 너도님 동생분이 하신 말씀...
어찌어찌해서 들락거리다보니 이제 부담 없이 댕겨 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요즘은 거의 한달에 두 번 정도 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후딱이다 ㅎㅎ
좀 떠들다 보면 지도표 성경김 보이고 숨 막힐 듯 보이는 아파트 빌딩이 띡 하고 나타나면 신탄진...또 좀 떠들면 무주 지나고..거기까지 오면 이제 다 왔다 싶고...그러면 벌써 지리산 톨게이트!!
이번에는 화엄사로 갔기 때문에 지리산 톨게이트로 나가지는 않았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지난 주말 상량식을 해야 하는데 아직 땅도 못 파고 있다 ㅠㅠ
하지만 뭐 올해 안에 집은 지어주겠지..라는 심정으로 마음을 비웠다.
이번에 잠깐 들른 창원마을 2층집 쌍둥이 아빠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계획 대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ㅎㅎ' 그 꼼꼼하시고 철저하신 양반이 그랬으니 마음 비웠다.

상량식은 못했지만 결재 중이신 스님 머리깎고 빨래하시는 날이라 잠시 뵙고 겸사겸사 내려갔다.
나는 기독교 모태신앙이라 불교는 완죤 무지한데 그래도 많이 발전했다.
하안거 동안거 결재 해재 보살 처사 공양 이런 말도 알아듣고 결재 중일 때 음력 보름과 그믐에 한 번씩 머리깍고 빨래 하는 날이 있다는 것도 알고 ㅎㅎㅎ
전에는 결재 중인 스님 뵐 때 덜렁덜렁 가서 얼굴만 잠깐 뵈었었는데 이제는 그런 때 가면 같이 공부하시는 선방 스님들 드시라고 뭐라도 가져가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너도님의 가르침이 일조했다.
이번에도 너도님의 추천으로 블루메리를 가져갔는데 대박이었다.
생전 그런 문자 하시는 일도 없고 특히 결재 때는 무척 냉정하신데 스님 뵌 다음 날 문자를 다 하셨다.
'블루베리, 스님들 선호 일등이었다. 고맙다. 또 연락하자. 두루 안부해라.'
스님 알고 지내면서 이런 문자는 처음이었다 ㅎㅎ

화엄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만나기로 한 은비령님도 일행분과 점심을 하신다 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전설의 짬뽕'
은비령님도 그 곳에서 점심을 드신단다. 우리도 합석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반가운 은비령님도 보고 은비령님 덕분으로 구례 농업회장(? 갑자기 직책이 생각이 잘 안 난다. 직책이름은 너무 어려워 ㅠ)님 내외분을 뵙게 되었다.
뚝배기에 나오는 전설의 짬뽕!! 국물맛이 텁텁하지 않고 개운하고 검은콩으로 국물을 낸 콩국수도 맛났다.
아니..그런데 어느 틈에 사모님이 잽싸게 계산을 하셔서 뻔뻔스럽게 점심까지 얻어 먹게 되었다.
게다가 잎새주 한 병까지...죄송스럽고 고마워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식사대접 하고 싶다.

일주문 앞에서 스님을 만났다.
공부하시느라 눈이 쑥 들어가셨네...
은비령님 보시고는 무척 반가워하셨다.
너도님, 설님, 은비령님, 나, 용가리 이렇게 스님을 따라 화엄사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스님이 잠시 살고 싶으셨다는 작은 집에도 들어가고...
국사 시간에 달달 외웠던 화엄사 각황전, 사사자 삼층석탑도 보고
'대강 대강 봐야 또 오지' 스님이 말씀하신다.
연기암에도 올라가 섬진강 줄기도 보고
연기암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커피집에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그 커피집에 앉아 있으니 산에 가셨던 선방 스님들이 한 분 두 분 내려오고 계셨다.
스님은 다시 용맹정진(이런 말도 안다 ㅋ)하러 가시고 우리는 구층암으로 갔다.
어슬렁거리니 구층암 스님이 들어와 차 한 잔 하라고 하신다.
좋은 차도 대접 받고 좋은 말씀도 듣고...
'굶고는 살아도 버리지 못하고는 못 삽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말씀이셨다.


털신에 지팡이를 짚으셔야 패션의 완성~~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석류꽃도 피어 있고...

  누군가 계신 것 같다...

  다시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연기암에서 바라보니 저 골짜기 사이로 섬진강이 보인다.




젊은 남녀가 서성대다 남자만 머리를 대고 소원을 빈다. 스님 말씀하시기를 '여자 보다 남자가 순진하네..'

 

  암자는 일층인데 왜 구층이라 했을까...구층암 스님이 말씀해 주셨다.





거북이 등 위에 토끼..귀여워..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아이고...소설책에서 봤던 심원마을이 아니네...거의 번화가 수준이 되었다.
그래도 뱀사골 공기는 어찌나 청정한지...
옛날에는 맑은 공기가 어떻고 하는 말이 뭔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온 몸으로 느끼겠다.
콧구멍에 바람쐬러 간다는 말이 왜 있는지도 알겠다 ㅎㅎ
능이버섯, 석이버섯, 곤드레 솥밥과 수십가지 나물과 장아찌, 잎새주와 맥주 산삼막걸리(나만 먹었다. 나물을 보니 막걸리가 생각나서...정말 산삼 들었냐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담근게 아니라 모르겠단다 ㅋ)


밥솥을 열고 '어 곤드레가 이상해..'했다가 망신. 나는 까만 곤드레만 봐서 그랬다. 생 곤드레를 넣었단다.

이동하면서 전해들은 골치 아픈 민원(전봇대 세우는 문제로 누군가 한전에 민원을 넣었단다) 소식도 한 잔 먹으니 아무 걱정 없다 ㅎㅎ
술 마시면 나오는 내 레파토리 한 판 하고 불 끄고 누웠더니 잠결에 계속 예쁜 빗소리가 들린다.
작은 방에서 머리 위 작은 창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밤새 들으며 잠을 잤다.....

다음 날 우리 집터(언젠가는 집이 되겠지)에 가서 줄 쳐 놓은 집 자리에서 집이다 생각하며 천왕봉 바라보고, 한전에서 뻗쳐 놓은 전봇대도 보고...
정견스님도 뵙고 쌍둥이네 가서 계란도 사 오고 소풍에도 들리고...

 집 동네에서 보는 접시꽃은 촌스럽기만 한데 이 곳에 있는 접시꽃은 우아하기까지...설님이 그랬다.


줄 그어 놓은 곳이 우리집이다. 넓은 땅에 금만 그어 놓으니 엄청 쪼꼬매 보인다.

  거실 자리에서 본 풍광이다.

두루두루 일 보고 느즈막히 출발했는데도 길도 안 막힌다.
역쉬~~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도로가 한산하다..정말 우리 나라에만 있는 '절기'..
집에 들어오는 양 손이 무겁다.
정견스님이 내어 주신 감식초, 은비령님이 내어 주신 매실청, 쌍둥이 아빠가 내어 주신 싱싱한 풋고추...
나도 천왕봉 보며 살게 되면 무어라도 열심히 해서 사람들 손에 한아름 씩 들려 주어야쥐~~

十年을 經營하야 草廬三間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淸風 한 간 맛져두고
江山은 드릴 듸 업스니 둘너 두고 보리라


엮인글

  1. from 머무름 없이... 2013/06/26 21:34

    제목: 양수리보다 더 자주가는 지리산 이야기

    제비님의 무슨 지리산을 양수리 나가듯이 가냐? 보충설명 성경표 김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회덕 JC, 강건너자마다 있는 고층 아파트는 신탄진.. 그러하니 금강을 건너면 아파트 빌딩이 먼저 보이고, 조금 있다 성경표 김이 보임. 난 대전 갈 때 신탄진으로 나가기 때문에 빌딩 아파트 보이면 '대전 다왔네, 하는 생각이 든다. 은비령님 빽으로 초면에 점심을 얻어 먹은 뚝배기에 나온 화엄사 앞 <전설의 짬뽕> 우리에게 점심을 사주신 분의 정확한 직책은
  1. chippy 2013/06/27 21:45

    너도님과 제비님 덕에 지리산 구경을 더 자주 하겠는 걸요. 저도 뱀사골 말만 들었지 지리산 근처도 못가 본 사람입니다. ㅎ...경상도에서 지리산 가기란 쉽지 않았으니까요. 이젠 한국에 나가도 앞산 오르는 것도 못할 터, ㅎ...온타리오는 산이 없어서 등산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굽이굽이 물결치는 산 등성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고픈 일이지요.
    거실 전망 끝내주는 제비님 집, 연말 전에 볼 수 있겠지요?

    • 제비 2013/07/01 19:14

      지리산, 지리산 하니까 꼭 지리산을 오르는 것 같지만 저도 그냥 바라만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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