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신나게 먹던 사탕 빼앗긴 기분 2013/06/01

by jebi1009 2018. 12. 25.



기분 좋게 착공 고사를 끝내고 이제 상량식은 언제할까...날짜를 꼽고 있는데
난데 없이 사탕 뺐는 전화가 왔다.
전기 인입이 5주나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전기를 돌려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가,
아님 전기 들어오고 장마도 어느 정도 지나고 시작하느냐...이것이다.

사실 11일 착공식 하고 15일 정도면 공사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전기 들어오는데 20일이나 걸린다고 해서 좀 불만이 있었다.
아니..전기 들어오는데 그 정도 걸리는 것도 모르고 일정을 잡았남?
건축사무소도 그런 것 알았으면 미리 신청하라고 할 것이지..시공업체도 집 한두 번 지어봤남? 전기 들어오는 기간도 모르고 도대채 무슨 근거로 15일부터 시작한다고 한거야? 툴툴툴...
약간의 신뢰가 무너지려고 했다.

처음 설계를 의뢰한 것은 작년 8월. 겨울 지나 날 풀리면 착공하여 장마 전에 집을 완성하는 것이 베스트.
작년 추석이 지나면서 설계를 시작하고 한달에 한 두번 정도 만나 놀듯이 천천히 집 윤곽을 잡아가고..
해가 바뀌고 올해가 되자 행정적인 절차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4월 정도에 착공하려고 시작하는데 우리가 매입한 토지는 이미 착공 허가까지 나 있는 것이라
설계 변경에 건축주 명의 변경..뭐 이런 것들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2,3주 지연되고..그래도 잘 해결되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자 시공업체를 선정했다.
시공업체의 견적을 받고 가격 조정하는데 또 2,3주...그러면서 시공업체와 계약하는데 5월 초가 되었다.
일단 장마 전에 지붕만 덮으면 공사는 문제 없으니 늦어도 7월 중순이면 집은 지어질 것이라 했다.
시공사는 계약하자마자 전기 신청을 하였고 신청이 접수되고 어쩌고..하면서 또 2주가 가고
지난주 한전에서 실사를 나왔다. 이제 설계해서 전기 설치만 하면 되겠다..했더니
5주가 지난 뒤에나 가능하다고 했단다. 함양 한전에 일이 너무 많이 밀려 그렇다고...ㅠㅠ
처음 한전에 신청할 때는 20일 쯤 걸린다고 그랬다. 그렇다면 6월 초에는 전기가 들어와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목수는 현장에서 자재를 재단할 수 없으니 자신의 공방에서 해 놓고 전기 들어오면 더 빨리 집이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다시 5주가 걸린다니..그럼 처음 전기 신청하고 약 2달 후에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좀 너무한 것 같았다. 우리야 그렇다 쳐도 일정이 빡빡하고 입주 날짜가 정해져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시공사 사장도 한전에 백방으로 이야기해 봐도 꿈쩍도 안한단다..
건축사무소에 연락하고 서로 의논해 보고 월요일 통화하기로 했다.
발전기를 돌려 바로 공사를 시작하면 예정대로 집은 지어질 것이지만 추가비용이 약 3백만원이 든다.
하루 발전기 사용료가 10만원 정도라 하니..
그것은 건축주가 부담해야 한다.
전기 인입이 늦어지는 것은 시공사 책임이 아니니 그런 것 같다.

사실 건축사무소도 시공사와 계약도 하기 전에 전기 신청을 하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
시공사도 계약하자마자 신청을 했으니 미룬 것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 생각에는 15일 정도에 시작할 수 있다 했으니 그때 땅 파고 마구마구 공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전기가 20일 후에 들어오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을 때는 조금 화가 났다.
그래도 그렇다니 마구 따질 수도 없고 뭐 아는 것도 없고...그래...6월이면 시작하겠지..했는데
또 이렇게 된 것이다.
생각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자 자꾸 업체를 설계자를 미워하는(?)마음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짜증도 났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그쪽은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이니 내가 아는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발전기를 이용할지 공사를 더 지연시킬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여름이면 그곳에서 지낼 수 있겠다는 부푼 꿈이 확 깨지는 것 같아서 우울했다.
게다가 친한 친구들에게도 이번 여름에는 우리집에서 여름을 보내라고 또 같이 보내자고 했는데....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구나...
너무 푼수같이 들떠 있으니 한박자 쉬어가라는 하나님의 뜻인가?

하안거 들어가신 스님께도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상량식이 많이 늦어질 것 같다고..
용가리와 내가 뭔가 일이 꼬여버린 것 같아 서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때
스님께 답장이 왔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천천히 무리하지 마라. 잘 되겠지. 또 연락하자. 화엄사에서.'

이 문자를 보는 순간 우리는 마음이 확 풀리면서 너무나도 위로가 되었다.
그래...천천히...무리하지 말고...잘 될 것이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나는 살면서 언제나 운이 좋았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도와주고 일이 술술 잘 풀렸다.
이번 일도 그렇다.
엊그제 지하수 관정을 팠는데 물이 콸콸 잘 나왔단다..
요새는 장마도 지랄같다는데 어쩌면 집 짓다가 장마를 만나느니 어느 정도 지나고 해도 좋겠다..
게다가 이번 계약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돈 이야기를 먼저 안 한다.
용가리가 묻기 전에는 돈이야기부터 꺼내지 않는다.
지하수 판 사장님도 돈 달라 소리도 안하고..시공사 사장님도 아직 계약금 달라 소리도 안 한다..ㅎㅎ
어떤 사람들은 일 시작하려면 돈 이야기부터 꺼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또 오늘 어떻게 알고 창원마을 이웃 정견스님도 전화를 주셨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챙겨주시니 고맙다.
너도님도 함양 한전 아는 사람 없나 걱정해 주시고..ㅎㅎㅎㅎ
사실 이런 아는 사람 찾아서 우리 같은 사람이 5주나 밀린 것일텐데
그래도 나도 살면서 한번쯤은 아는 사람 찾으면 안될까? 아님 말고 ㅋㅋㅋ
그래..세월이 좀먹는 것도 아니고 급하게 입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집을 안 지어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너도님 설님 이번 여름에 시원한 곳에서 지내게 해 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좀 미안하다..ㅠㅠ
월욜 통화하고 의논이 잘 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고...
나는 원래 재수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잘 될 것이다.
스님의 문자를 받고 나니 이제 모두 고맙다.
건축사무소 임소장, 노소장님도 시공업체 김사장님도 너도님도 설님도...나는 너무 운이 좋다.
천천히....무리하지 말고...순리대로..잘 될 것이다.



  1. 너도바람 2013/06/04 16:06

    더 큰 막대사탕이 올것이여. 나 어제 스님 꿈꿨다~~~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슨 지리산을 양수리 나가듯이 가냐? 2013/06/26   (0) 2018.12.25
끈 떨어진 연 2013/06/11   (0) 2018.12.25
실상사 등불 2013/05/21  (0) 2018.12.25
부처님과 사람 2013/05/20   (0) 2018.12.25
소박한 잔치 2013/05/13   (0) 201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