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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제주도 - 5

by jebi1009 2022. 1. 29.

제주도 한라산에 올라보기는 했다.

대학교 수학여행... 정상에 올라가서 응원가 떼창하고 내려온 기억 ㅋㅋㅋ

그 후로는 오름을 가 보기는 했지만 한라산에는 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체력소모가 많은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웃긴 것은 한라산을 보고도 한라산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제주도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하얗게 눈이 덮인 산 봉우리가 자꾸 보이는데

'설마 저게 한라산? 에이 아니야 무슨 오름이겠지...'이랬다. 용가리도 한라산이 이렇게 가깝게 보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 다니다 보면 시야가 막힘없어 하늘이 우리 동네보다 넓어 보이는데 살짝살짝 오름들의 모습이 있어 참 예쁘다.

그런데 유독 어딜 가나 잘 보이는 저 봉우리는? 그래서 지도를 찾아보니 한라산이 맞는 것 같다.ㅋㅋ

한라봉이 한라산 봉우리처럼 생겨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정말 한라산이 한라봉같이 생겼다.

아니 한라봉이 한란산처럼 생긴 건가? ㅎㅎ

한라산을 확인하고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돌아다니는 내내 봤었는데 마지막 날 사진 찍으려고 하니까 쏙 들어가 버렸네..ㅠ

그래서 한라산 사진이 없어 아쉽다.

 

 

해안 도로를 달리다 중간 중간 아무 데나 세워 놓고 바다 보는 것도 제주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예전에 중간 중간 차 세워 넋 놓고 있던 곳들은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되어 주차장도 있고 까페도 있고 데크 길도 만들어 놓고....

이번에 또 놀랐던 곳이 바로 함덕해수욕장이다.

함덕 바다는 '제주'하면 우리들 머리에 콕 박혀 있는데, 그 옥색 바다 빛깔과 딸아이 때문이다.

딸아이 돌이 되기도 전에 제주에 갔었다.

분유통이며 기저귀며 커다란 가방 들고 아이는 앞에 띠로 안고... 고행이 따로 없지..ㅠㅠ

그때 함덕 해수욕장에 갔는데 바다색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그 넓고 하얀 모래밭에 앉아 아기 분유를 타서 먹였다.

바다를 보며 아이 얼굴을 보며... 그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여름휴가철은 아닌 것 같은데(철이 지났었나? 여름은 여름이었다) 정말 사람이 없고 하얀 모래와 옥빛 물만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 바다가 잔잔했다. 그래서 더 옥빛이었다.

딸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바닷물에 발을 담근 것도 이때였다.

아이를 안고 가서 부드러운 모래 위로 바닷물이 살짝 들어올 때 귀여운 발을 조금 적셨다.

우리는 아이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발에 물이 닿는 순간 빽~하고 울면서 마구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분위기 확 깸... 날 때부터 성질이 보통 아닌 것을 이때도 실감했다ㅠ)

용가리가 바닷가에서 분유 먹이는 것을 비디오로 촬영도 했고

발에 물 닿는다고 짜증 내는 아이 모습도 사진으로 남아 있다. ㅎㅎ

물론 그때의 바다를 바라고 간 것은 아니었다. 많이 변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닷가에 여러 가지 형상물이나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해변이 왜 이렇게 조그맣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해안가가 손바닥만 하게 변했다.

드넓은 백사장이 어디로 갔지??

그리고 모래 해변은 망 같은 것으로 덮어 놓았다. 모래가 많이 쓸려가서 그렇게 한 것 같다.ㅠㅠ

어쨌든 해변이 엄청나게 짧아졌다....

 

해변이 요만큼이다.
그래도 바다는 옥빛이었다.

 

제주도는 특별한 해변을 찾지 않아도 슬렁슬렁 대충 다니면서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오리 한 마리가 우리를 빤히 보면서 움직이지도 않는다. 너 어디서 왔니? 통행세 좀 내라...이러는 것 같다. 용가리가 대화를 시도하는 중.

 

여행에서 돌아와 짐을 정리하니 제주도에서 물 건너온 것들이 이만큼이다.

숙소에서 먹고 남은 제주 백록담 맥주, 동문 시장에서 산 오메기떡, 감귤과즐과 쿠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먹던 한라봉, 레드향, 감귤... 귤은 레드향을 사니 공짜로 담아 주셨다.

 

한라봉은 정말 한라산 닮았다.

 

주절주절 제주도 며칠 다녀온 이야기를 늘어놨다.

마음먹고 다녀온 여행이라서 패스하기는 뭐하고 그냥 간단하게나마 남기려고 했었는데,

요 며칠 마음이 심란해 제주도 생각이라도 하면서 멘탈 관리하려고 더 주절주절 늘어놨다.

반백살 넘어 다니는 여행은 반이 추억팔이다. 그 안에서 실망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우리의 삶은 수많은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모든 추억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만나는 곳은 언제나 현재의 길목이기 때문이며, 과거의 현재에 대한 위력은 현재가 재구성하는 과거의 의미에 의하여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억은 옛 친구의 변한 얼굴처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이 추억의 생환(生還)이란 사실을 나중에 깨닫기도 한다. 생각하면 명멸(明滅)하는 추억의 미로(迷路) 속에서 영위되는 우리의 삶 역시 이윽고 또 하나의 추억으로 묻혀간다. 그러나 우리는 추억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추억은 화석 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신영복 선생님의 [청구회 추억] 후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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