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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모두가 제각각

by jebi1009 2022. 4. 17.

해마다 이맘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감자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여린 감자 싹이 단단한 땅의 표면에 균열을 내면서 올라온다.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

사실 감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파랗게 올라오는 모든 것이 그렇다. 

그래도 눈으로 보기에는 감자가 최고다.

나에게도 그런 에너지가 있었으면 하는 요즘이다....ㅠ

우리 집 감자들은 싹이 나오는 애, 많이 나온 애, 이제 땅이 갈라지는 애, 아예 소식도 없는 애... 천차만별이지만

아랫집 프로 농부 할머니 감자는 어쩜 그렇게 균일하게 싹이 나는지... 감탄스럽다.

거의 동시에 거의 비슷한 크기로 좍~~

면에 있는 우체국 가느라 엊그제 나가면서 봤더니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어 보인다. 부럽....

 

 

엄나무의 마음도 모르겠다.

똑같은 자리에 똑같이 있는데도 누구는 이제 순이 나왔고 누구는 잎이 활짝 피어 버렸다.

크기도 자리도 비슷한데 참 알 수가 없다.

 

같은 자리, 같은 크기의 엄나무. 하지만 하나는 완전 잎이 피었고 하나는 이제 순이 달렸다.
요맘때만 먹을 수 있는 엄나무순. 드룹보다 향이 좋다.

 

고사리도 그렇다.

열심히 풀 뽑아 준 위 고사리밭은 소식도 없는데 그냥 내버려 둔 아래 땅에서는 고사리가 쑥쑥 올라왔다.

조팝나무 꽃이 너무 눈부셔 보러 갔다가 옆에 쑥 올라온 고사리도 봤다.

 

작약
작년 가을 심었던 수국

 

꽃들도 마찬가지다.

자리 잡고 땅 고르고 꽃 심어 놓으면 그곳에서는 꽃이 안 피고 엉뚱한 곳에서 꽃이 핀다.

 

해마다 느끼지만 내 맘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세상에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다.

감자의 마음, 고사리의 마음, 할미꽃의 마음, 엄나무의 마음.... 그들의 마음을 좋아하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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