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 트로트 음악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고사리 시즌이 본격 시작된 듯싶다.
간청재 주변 산비탈 고사리 밭이 많다.
몇 자루씩 고사리를 꺾는 분들은 트로트 음악을 틀어 놓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 이맘때 들을 수 있는 배경 음악이다.
나도 두 번 고사리를 꺾었다.
우리 집 고사리는 그냥 야생 고사리 수준이라서 양도 얼마 되지 않고 풀 때문에 몇 번 꺾지도 못한다.
그렇게 서너 번 꺾은 고사리는 대부분 서울로 보낸다.
용가리와 나는 생선 조림할 때 두어 번 고사리를 넣어 먹는 것이 전부다.
용가리는 고사리 싫어한다. 내가 먹으니 그저 조금 거들뿐...
서울에서 고사리를 받는 엄마는 그렇게 좋아하시며 친한 친구분께만 아껴가며 나눠 주신다고 하니
잡초밭 헤치며 고사리 끊는 것을 그만 둘 수가 없다. 기타 등등 다른 분들도 그렇고...
나의 고사리 선물은 60대 이상에게만 한다.
사실 고사리는 장만해서 조리하기까지 그렇게 손쉽지 않기 때문이다.
귀차니즘이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이다.
지금은 매발톱이 피고 있다.
창고문 앞에 어쩌다 자리 잡게 된 아이들이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문에 치이는 것이 안타까워 옮겨줄까도 했지만 돌 틈에 자라나 파 내기도 쉽지 않다.
문 위로 올라오는 줄기는 잘라준다.
어느새 낡아버린 창고 문짝과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다.
한차례 풀을 뽑고 나니 더덕이 드러난다.
이쁘다. 더덕꽃도 이쁘지만 이렇게 잎만 봐도 이쁘다.
우리 집 도라지나 더덕은 관상용이다. ㅎㅎㅎ
어제는 지난번 남겨 두었던 엄나무순을 부쳐 먹었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기름에 고소하게 지져 먹는 것도 맛나다.
오늘은 비님이 오시니 밖에서 호미 휘두르며 땀 흘리지 않고 이렇게 끄적대며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