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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두근두근

by jebi1009 2022. 5. 15.

꼭 다물고 있는 꽃 봉오리를 보면 두근두근....

여기저기 꽃들이 얼굴을 내미는 요즘이다.

항상 꽃씨는 봄에 심어야 하는 줄 알았던 내가 작년에는 가을에 꽃씨를 심었다.

마당 앞 축대 뒤에는 온갖 잡초와 칡으로 난리도 아닌 곳인데 그곳에 수레국화 꽃씨를 뿌렸었다.

이른 봄 잡초를 대충 뽑아내고 씨를 뿌렸었는데 몇 해는 수레국화가 잘 올라왔지만 얼마 전부터 꽃이 많이 없어졌다.

다시 씨를 뿌려도 잡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양귀비꽃은 아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 마음먹고 잡초 뽑고 수레국화와 양귀비 꽃씨를 뿌렸다.

가을에 뿌린 씨는 일찍 싹이 나고 겨울을 보냈다.

봄에 싹이 날 줄 알았던 나는 얼어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렇게 겨울을 났다. 

그러고는 잡초들보다 일찍 커서 오히려 잡초들 기를 팍 죽여 놓았다. 속이 시원~~

완전 성공적이다. 아무리 씨를 뿌려도 잡초 틈바구니에서 얼굴 내밀다 없어진 양귀비꽃도 쑥 올라와 하늘거린다.

내년에도 이렇게 자리 잡아줄지 두고 봐야겠다.

원래는 같은 자리에 씨가 떨어져 따로 씨를 뿌려주지 않아도 해마다 꽃이 나는데

이곳은 워낙 묵은 잡초들과 알 수 없는 뿌리들이 자리 잡은 척박한 곳이라 한동안은 꽃씨를 뿌려주려고 한다.

'기다려 봐' 용가리가 말한다.

아직 잡초가 왕성할 때가 아니니 곧 있으면 잡초들로 난리가 날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한여름 잡초는 정말 무섭지만 그래도 슬슬 관리하면 될 것 같다.

 

 

두 해 전 옮겨 심었던 불두화가 올해는 꽃을 피웠다.

옮겨 심은 다음 해는 꽃이 없고 잎만 무성하더니 잘 자리 잡아 올해는 꽃을 피웠다.

나무나 꽃들을 옮기거나 다시 정비하면 한 해는 쉬고 그다음 해부터 꽃을 피우는 것 같다.

수선화도 그랬고 다른 나무도 그랬었다.

한 해 쉬고 꽃을 보니 더 반갑다.

 

텃밭에 마지막으로 대파를 심었다.

누워 있던 대파가 슬슬 일어나 벌떡 서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3천 원 대파 모종 사면 일 년 먹을 수 있다.

 

 

텃밭에 하루 걸러 물을 주고 있다.

올해도 정말 봄 가뭄이 심하다.

씨 뿌리고 모종 심으면 비가 좀 내려야 하는데 4,5월 비다운 비는 내리지 않고 두어 번 슬쩍 지나가기만 했다.

이렇게 가물다 또 비 오기 시작하면 집중호우로 난리가 날 것 같다. 

이제 날씨가 '적당히'는 없어진 것 같다.

가물거나 비가 때려 붓거나...ㅠㅠㅠㅠ

나는 가끔 영화 '인터스텔라'의 황량한 옥수수밭을 떠올린다.

먼지만 풀풀 날리고 땅에서는 어떤 작물도 자라지 않게 되는 그런 장면...

그런 생각을 하면 미운 잡초도 예뻐 보인다.

이렇게 푸른 것이 땅에서 자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냐...

이런 걱정하면 끝이 없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고구마 백 개 삼킨 것 같이 답답하다.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는 날까지 이 푸른 것들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근두근.....
연잎이 무성해졌다. 고라니로부터 잘 지켜서 꼭 연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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