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딜 가나 옥수수 파는 곳을 지나치지 못했다.
하얀 찰옥수수나 보라색 찰옥수수, 알록달록 옥수수 모두 좋아하는데 특히 푹 삶아서 알이 톡톡 터진 하얀 찰옥수수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그렇게 알이 톡톡 터진 찰진 옥수수를 만나기는 힘들었다.
휴가철 길에서 파는 옥수수를 사 먹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휴가 일정이었는데
운이 좋으면 정말 맛있는 옥수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 집에서 삶아 먹으려고 생옥수수를 사 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실패했다.
옥수수가 너무 딱딱해서 아무리 삶아도 쫀득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옥수수를 따서 오래 두면 그렇게 된다고 했다.
옥수수는 따서 바로 삶아야 쫀득거린다고 했다.
오래된 옥수수를 사 와서 그렇게 딱딱했던 것이다.
그 후로는 길에서 생옥수수를 사지 않았다.
옥수수 나오는 철에 양수리 옥수수 삶아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몇 봉지씩 사다 냉동고에 넣어 두고 먹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삶은 냉동 옥수수를 사서 얼려 두고 먹기도 했다.
내가 간청재 이사 오기 몇 년 전 친한 선배가 먼저 양양으로 이사해서 그 유명한 강원도 찰옥수수를 보내 주었다.
옥수수 귀신인 것을 알아서 백 개씩 보내 주었었다.
커다란 푸대 자루가 화물 택배로 아파트로 왔었다.
아파트 부엌 마루에서 밤새 껍질 벗기고 다음날 하루 종일 옥수수를 다 삶았었다.
그리고 실컷 먹고 냉동실에 넣어 두고 일 년 내내 먹었었다.
간청재 이사오고도 선배는 옥수수를 백 개씩 보내주었다.
그러다가 옥수수 백 개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2년 전쯤부터 사양하고 있다.
백 개를 삶는 것도 힘이 들고, 적당히 소분해서 냉동고에 넣는 것도 힘들고, 그것을 먹는 것도 힘에 부쳤다.
처음 간청재에서 옥수수 백 개를 받았을 때는 마당에 솥단지 걸고 장작불 때서 삶아 동네 아는 사람들(그래 봐야 몇 안 되지만 말이다)에게 따뜻할 때 먹으라고 나누러 다니기도 했었다.
그때는 실상사 극락전에도 한 아름 들고 갔었는데 마침 옥수수가 좋아서 알이 톡톡 터지게 쫀득하니 잘 삶아졌었다.
스님께 옥수수 잘 삶았다고 칭찬도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옥수수를 삶지 않는다.
옥수수 껍질 벗기는 것이야 그늘에서 하면 되지만 한여름 땡볕에 나가서 솥단지 걸고 삶을 생각은 하기만 해도 귀찮고 덥다.
작년에는 삶은 옥수수를 길에서 사다 먹고 냉동실에 저장도 했었는데 별로였다.
처음 사 먹은 것이 괜찮아서 몇 번 더 가서 사다 냉동했었는데 나중에 산 것은 너무 딱딱해진 옥수수였다.
간청재에서도 처음에는 옥수수를 심었었다.
그런데 옥수수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고 옥수수 대를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옥수수가 달리기는 해도 알이 빽빽하게 들어차지도 않고 옥수수 자체도 작았다.
벌레도 먹고 산짐승(고라니?)이 베어 먹기도 했다.
실하고 먹을 만한 옥수수를 만들려면 그냥 심고 두면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옥수수 대는 뿌리도 깊어 뽑기도 힘들고 사람 키만큼 자라서 양도 많아 나중에 처리하기도 힘들었다.
옥수수는 노동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다. 그래서 옥수수는 심지 않는다.
한 2년 옥수수를 만족스럽게 섭취(?)하지 못해서 욕구불만이 생겼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옥수수를 주문했다.
내가 생옥수수를 주문했다고 하자 용가리가 시무룩해졌다.
땡볕에 나가 솥단지 걸고 불 지필 생각에 그런 것 같아 20개만 주문했고 집 안에서 삶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20개라는 소리를 듣고 아주 잘했다면 반색했다.ㅎㅎ
이 동네에서 온라인으로 생옥수수 사다 먹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부분 옥수수를 심기 때문이다.
이맘때 동네를 지나가면 텃밭 가장자리 쭉쭉 뻗은 옥수수가 잎사귀를 팔랑거리며 서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어쨌든 어제저녁 옥수수 욕구불만은 조금은 해소했다.
옥수수 종류 자체가 알이 하얗게 터지며 찐덕거리는 찰옥수수가 아닌 것 같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톡톡 터지는 찰옥수수 맛이었다.
옥수수 삶아서 6개나 먹어치우는 나를 보고 용가리가 '너 대단하다~'라며 놀랜다.
용가리는 반 개 먹었다.
나머지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여름 가기 전에 다 먹을 것 같다. 물론 예전에는 3,4일이면 다 먹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20개 정도가 맞는 것 같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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