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살짝 뿌리다 해가 나고 바람이 불었다가 다시 흐려지고...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해가 나는 틈을 타서 지난 토요일 감자를 캤다.
하지 무렵 캐는 것이라 하지 감자. 고구마가 원래는 감자라고 불렸단다.
하지가 지났고 감자 잎을 보니 캐야 할 때가 되었는데도 미루다가,
감자 잎이 새로 나는 것 같아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캤다.
감자 몇 개가 땅에서 다시 싹이 났다. ㅠㅠ
그래도 내가 간청재 와서 감자를 심은 이래로 가장 큰 수확을 거두었다.
두 상자 넘게 나왔으니 한 동안 감자 부자가 되겠다.
지난번 털어 두었던 오디도 잼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설탕을 너무 조금 넣어 달지도 않았고 잘 졸여지지도 않은 것 같아 큰맘 먹고 설탕 듬뿍 넣었다.
내가 잼을 만들어 본 경험이 일천해서 그런지 오디잼은 젤리(?)같이 되지가 않는다.
단 맛은 그럭저럭 되었는데 졸인다고 졸여도 수분만 줄어들고 진득한 질감은 되지 않았다.
원래 그런 것인지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인지...ㅠ
어쨌든 하루 반나절 걸려 잼을 완성했다.
올해 첫 호박을 땄다.
해마다 호박을 심어도 나는 이상하게 호박이 잘 안 되었다.
초반 모종부터 잘 살지도 않았고 살아남는 아이들도 호박이 거의 달리지 않았다.
한 해만 좀 잘 되었고 나머지는 잎만 무성하고 호박은 초반에 떨어져 버리거나 잘 열리지가 않았다.
올해도 처음 모종부터 두 개가 죽어버렸고(이유는 모름) 날씨 탓인지 자라지도 않은 채 꽃이 피었다.
비가 한 차례 내린 후부터 잎이 뻗었는데 오늘 그 사이에서 호박을 발견했다.
지난 화요일 2재에 다녀왔다.
49재라는 것이 종교적으로 아주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49일 동안 '끈 떨어진 연' 신세를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밟는 것 같다.
황망하고 갑작스러운 일들이 익숙해지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많이 괜찮아졌는데 신부님의 추도사 때문에 또 눈물을 쏟았다.
스산하게 바람이 불던 법당 안에서
신부님이 부르는 찬불가와 신부님이 외우시는 나무아미타불 소리와
스님과의 추억담과 스님을 그리워하시는 말씀...
그리고 스님이 지금 계시다면 '부끄럽게 이런 일을 왜 하냐'고 호통치실 것 같다는 말씀...
재가 끝나고 신부님과 서로 인사하며 위로를 나누었다.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그저 신부님이 인사를 건넨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올여름이 지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