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오디와 산딸기

by jebi1009 2022. 6. 12.

틈틈이 오디도 털고 산딸기도 땄다.

대파에 흙을 부어 주고 텃밭 상추도 정리하고 단비에 쑥쑥 자란 풀도 뽑았다.

면사무소에 가서 제적등본이라는 것도 쉽지 않게 떼어보고

세종시와 부산에 이틀 간격으로 다녀오며 틈틈이 빨래도 널었다.

금요일 밤에 내려왔던 딸아이가 오늘 아침 올라가고 용가리는 낮잠을, 나는 반신욕을 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한 소절이 입에서 맴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오디도 산딸기도 상추도 풀도 꽃들도 다들 묵묵히 달라진 것 없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나는 붕 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달라진 것도 없다.

여전히 바느질도 하고 딸아이와 웃으며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용가리와 오디를 털었다.

웃으며 저녁을 먹다가 울기도 했다.

스님들은 이런 것이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라 했다.

삶이란 것은 다 그런 것이라고.... 삶과 죽음 앞에서는 똑같이 희로애락이 모두 나오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빠의 장례식장이 자꾸 생각이 난다.

우리는 모두 상복을 입었고 장례식 절차를 위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음식을 해 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상주들 먹을 것을 따로 챙겨 주셨다.

전이나 떡이 막 해서 들어 오면, 따뜻할 때 맛있을 때 먹으라고 작은 접시에 담아 주셨다. 먹고 기운 내라고 말이다..

우리 형제들은 떡 접시를 앞에 두고 집어 먹으며 누군가 농담을 했고 떡 먹으며 웃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상객이 오면 빈소에 나가 맞절을 하고 그 문상객과 함께 울었다.

그러다가 다시 눈물을 닦고 또 떡을 먹었다.

언니와 그랬다. 우리 꼭 미친년 같다. 그치?

 

읍내 가서 맥주를 사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저녁을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텃밭의 감자를 언제 캐야 할지 생각했다.

감자 캘 때까지 별일 없겠지... 하다가 울컥하고는 한다.

 

단비가 내리던 지난주 

수경스님의 문자를 받고 조금 울었다.

 

 

금요일 밤차로 내려오던 딸아이의 카톡을 받고 조금 울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반신욕도 하고 풀도 뽑고 바느질도 하고 맛있는 맥주도 마시고 인터넷 쇼핑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려고 한다.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자  (0) 2022.06.30
갑자기 여름  (0) 2022.06.23
힘내라!!  (0) 2022.06.01
마삭줄  (0) 2022.05.24
두근두근  (0) 202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