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간청재 터를 마련하고 이곳으로 내려와 살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땅에서 천왕봉 마주하며 스님이 그러셨다.
'두려워 마라 별 것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현주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다.
성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살아 보면 별 것 아니다.'
얼마 후 수월암으로 찾아뵈었을 때 방 문 위에 있던 작은 현판을 주시며 가져가라 하셨다.
'두려워 마라
별 것 아니다.'
이현주 목사님이 쓰신 현판이라 하셨다.
나는 그때 덥석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이 좀 뻔뻔스러운 것 같아 그냥 스님 집에 걸어 두시라며 사양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현판을 걸어 두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어 다음에 갈 때 가져와야지 했었다.
다음에 갔을 때 그 현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른 사람이 와서 달라고 해서 벌써 가져갔지. 그러니 줄 때 가져갔었어야지.' 하셨다.
스님이 여러 번 말씀하신, 좋아하신다는 그 목사님을 스님 5재에서 뵈었다.
스님과 목사님이 함께 말씀 나누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스님은 스님이 정말 좋아하시는 분과 대면하면 그 좋아하는 것이 옆에서 온전히 느껴진다.
'두려워 마라 별 것 아니다' 말씀드리니 목사님이 웃으셨다.
그 말을 함께 들으시던 유연 스님께서 '연관 스님은 엄청 소심하셨어' 하셨다.
깡패처럼 돌아가셨어
스님은 돌아가시는 것도 깡패 같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안 보냈지
돌아가시라고 관음사로 보냈나
스님 칭송하는 것도 화가 나더라고 짜증도 나고
맞아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유연 스님의 말씀에 울컥했다.
내 마음과 정말 똑같았다.
관음사 가셔서 몸 추스르실 줄 알았고 정말 이렇게 깡패처럼 돌아가실 줄 몰랐다.
스님의 마지막을 칭송하며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것도 다 화가 났다.
그랬다. 화가 났다. 나는 슬픈 것이 아니라 화가 났고 사람들 떠드는 것이 짜증 났다.
석종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두려워 마라 별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