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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번잡이와 꼬물이들

by jebi1009 2022. 8. 24.

3,4일 서울 다녀오느라 집을 비웠더니 번잡이네가 떠났다.

부족하지 않게 밥을 많이 부어 주고는 갔지만 다른 놈들이 와서 먹었을 수도 있고,

무슨 생각에서 떠났는지 번잡이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오후 간청재 들어서니 마당이 조용하다.

피곤하고 귀찮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고양이 밥과 통조림을 잔뜩 사 들고 왔다.

그런데 마당이 조용하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도 참 웃기다.

처음에는 꼬물이들 때문에 어쩌냐... 난리 치며 걱정하더니 말이다.

집을 떠나기 전에는  '우리가 돌아오면 번잡이네가 어디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와

'아니다 있었으면 좋겠다'가 반반이었는데,

돌아와 보니 꼬물이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서울에서도 꼬물이들이 잘 있을까 가끔 생각하고 그랬으니 말이다...ㅠㅠ

'그러다 너 울겠다' 용가리가 또 옆에서 놀린다.

 

도착한 날 오후 늦게 번잡이가 나타났다. 

밥을 주었다. 둘러보아도 꼬물이들은 없었다. 번잡이에게 물었지만 당근 대답은 없었다.

다음날 오전에 번잡이가 또 나타나서 밥을 주었더니 조금 후 꼬물이 두 마리가 졸랑졸랑 따라왔다.

그리고 한 마리 더...

세 마리가 하루 종일 뒷마당에서 놀았다. 한 마리(까만 아이)는 어디다 혼자 두고 왔니?

다음날 또 번잡이가 다녀가고 세 마리가 따라왔다. 이번에는 까만 아이가 오고 노란 아이 한 마리가 오지 않았다.

왜 한 마리는 남겨 두고 오는 것일까??

 

잠 잘 때는 꼭 찹쌀떡같이 붙어 잔다.

그 사이 꼬물이들이 많이 컸다. 엄마랑 밥을 같이 먹는다.

밥그릇에 세 마리가 못 들어가니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다투면서 먹는다.

앞마당 연못까지 나오기도 한다.

밥도 먹고 엄마 젖도 먹는다. 여전히 번잡이는 피곤피곤피곤....

저녁때가 되면 꼬물이들 데리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다.

어디로 가는지 보려고 하면 번잡이가 그 자리에 앉아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꼬물이들도 대기시킨다.

저런 것은 누가 가르쳐 줬을까? 신기신기...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데 번잡이만 다녀가고 꼬물이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섭섭하고 보고도 싶지만 할 수 없지....어디선가 잘 컸으면 좋겠다.

다시 나타나면 통조림도 주고 밥도 주겠지만 그들의 삶은 그들의 삶.

왜,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니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 다녀와 밀린 마당 일을 하다 보니 상사화 꽃대가 올라온 것이 보였다.

아니 언제? 

작년 가을에 심어 올해는 꽃대가 하나도 올라오지 않아 기대도 않고 있었는데 두 개가 올라온 것이다. 뒤늦게 말이다.

그리고 풀 더미 속에 더덕 꽃도 이렇게 예쁘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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