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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배추밭의 미스터리

by jebi1009 2022. 9. 14.

추석 지나고 서울 다녀와 배추 모종을 심었다.
김장용이 아니라 겨울 먹거리로 무와 배추를 조금 심었기 때문에(사실 김장용이나 별반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신경을 덜 쓴 면도 있지만, 그래도 추석 전에 배추 심고 서울 가려고 했으나 태풍이네 뭐네 하다가 추석을 넘기고 말았다.
장에 나가서 이미 한 물 지나간 배추 모종을 사서 심었다.
조금 늦었지만 그런대로 무와 배추 한 이랑 심고 후반기 텃밭을 마무리했다.

먼저 심었던 무 씨앗이 이만큼 컸다.
올 겨울 먹거리로 무와 배추 반반 심었다.

배추를 심은 다음 날 아침 마당에 나가 보니 배추가 좀 이상했다.
살펴보니 모종 두 개가 널부러져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
며칠 지나서 말라죽는 것도 아니고 어제 심은 배추가 그 잎이 잘려 나간 채 널부러진 것이다.
정말 이상했다.
한냉사를 씌워서 고라니가 한 짓도 아닌데 도대체 어떤 생명체가 이렇게 한 것일까?
땅을 파고 들어간 흔적도 없고 한냉사가 허물어진 흔적도 없다.
특별히 못 보던 엄청 큰 벌레가 있지도 않았다.
뭘까? 뭘까? 뭘까?
무엇이 들어가서 이렇게 배춧잎을 똑똑 잘라 놓은 것일까....
하나는 잎도 잘렸지만 모종 배양토까지 흩어지도록 땅도 헤쳐 놓은 것 같았다.
한냉사를 흔적도 없이 뚫고 들어갔나?
용가리도 정말 이상하다고 했다.
신종 벌레가 생긴 것일까?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르는 일 투성이지만 그래도 이건 기분이 찝찝하다.


잎을 갉아 먹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잘라 놓았다.ㅠㅠ
옆에 있는 배추는 이렇게 멀쩡하다.



배추 때문에 찝찝한 것은 찝찝한 것이지만 텃밭 정리도 하고 얼떨결에 호두도 수확했다.
호두 수확은 백로를 전후해서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뭐가 씌웠는지 백로가 10월 초라고 혼자 착각하고 있었다.
작년 처음 호두나무를 발견하고 호두를 수확했었는데 그때가 10월이라고 왜 생각한 거지?
호두는 생각지도 않고 호박 밭 가면서 호두나무 보러 갔더니 나무 밑에 호두가 마구 떨어져 있는 것이다.
나무에 달려 있는 호두들도 벌어진 것들이 많았다.
그것을 보면서도 이상하다... 올해는 호두가 일찍 익었나... 이렇게 생각했다. 바보 멍청이!! 나이 탓인가 보다 ㅠㅠ
작년에는 달린 호두를 모두 따서 벌어지지 않은 호두 껍질 벗기느라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벌어지거나 금이 간 호두만 따고 땡글한 호두들은 남겨 두었다.
벌어진 호두들은 껍질 벗기기가 쉬웠다. 늦게 수확하니 좋은 점도 있구나~

올해도 호두가 엄청 크다. 달걀 만큼 크다.


텃밭을 대충 정리했다.
피망이나 청양고추, 토마토는 아직도 꽃이 피고 열매를 달지만 이제 열매가 잘 크지도 않고 먹을 만큼 먹기도 했다.
마지막 피망과 고추, 토마토를 갈무리했다.
토종 오이는 늦게 시작해서 아직도 오이가 튼실하게 열리니 마른 잎을 따 주었다.
토마토는 정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정말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올해 토마토는 크고 맛있는 열매를 선사해 주었다.
웬일로 새들이 쪼지도 않아 크고 붉은 찰토마토를 따 먹을 수 있었다.
대추 방울토마토도 그 크기가 엄청 컸다.
토마토들이 왜 이렇게 잘 되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항상 하던 대로 했는데 말이다....

아마도 마지막 호박일 듯 싶다.
아직도 잘 자라고 있는 토종 오이와 단호박
단호박은 늦게 자라기 시작하더니 호박은 딱 하나 달렸다. 아직 잎이 무성하니 조금 더 두고 보겠다.
오래 두었다가 씨앗 받을 오이로 낙점했다.
토마토 두 개는 남겨 두었다.
풀을 뽑다 보니 마당에서 상추가 자라고 있다.ㅎㅎㅎ


이번 태풍은 엄청 쫄았는데 비만 좀 많이 내리고 바람은 그다지 많이 불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간청재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그리하여 태풍이 지나가면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닥풀이 멀쩡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닥풀은 신기하게도 꽃을 하루만 볼 수 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 되면 오므라들고 밤 동안 꽃잎이 도르르 말려 버린다.
그리고는 다른 꽃이 핀다.
꽃봉오리가 조롱조롱 달려 있는데 가만 보면 아래부터 꽃이 피어 올라가는 것 같다.
어제 피었던 꽃은 꼬투리로 남고 새로운 꽃이 피어 하늘거린다.
엄청 이쁘고 엄청 신기하다!!

전날 피었던 꽃은 이렇게 도르르 말린다.
새로 핀 꽃과 전날 피었던 꽃
오늘 아침 새로운 꽃이 피었다.
집 안에서 보고 나비인 줄....
저녁이 되자 이렇게 꽃잎이 말리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에는 꼬투리로 남을 것이고 다른 봉오리가 꽃을 피울 것이다.


늦은 배추 심기와 알 수 없는 배추 테러사건, 그리고 호두와 닥풀로 본격 가을이 시작되는 것 같다.
하늘은 이미 가을 냄새가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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