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자란 들깨 무리들을 보며 마음이 심란했다.
깻잎은 먹을 만큼 먹었고 차라리 깨가 영글기 전에 다 뽑을 것을 그랬나...
그냥 두고 보다가 내년 텃밭에 깻잎 먹을 만큼 들깨 한 주먹 정도만 털자고 했는데 그 한 주먹도 귀찮은 것이다.
예전에 들깨 한 번 털었다가 깨를 수확하는 일은 정말 '못 할 짓'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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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를 털면서 2016/11/03
며칠 동안 밤 이슬 맞지 않게 덮어 두면서 말리던 들깨를 털었다. 어떻게 터는지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거꾸로 들고 털어라, 눕혀 놓고 살살 두들겨라..등등이 있어서 모든 방법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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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머리 굴려 깨 영근 가지 몇 개만 잘라서 잘 말려서 털자... 했다.
그런데 그 깻단 말리는 것도 귀찮은 것이다.
해가 좋은 날 내어 놓고 밤에는 이슬 때문에 들여놓고.. 그러면서 깨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해야 하고...
어쩔까 살펴보니 바짝 마른 꼬투리가 몇 개 보이는 것이다.
그래.. 그냥 요렇게 마른 것 몇 개만 털어도 깻잎 먹을 씨앗은 되겠다.
그래서 알이 꽉 차고 대충 마른 꼬투리를 잘라서 바구니에 넣고 털기 시작했다.
역시.... 양이 적으나 많으니 깨를 털어서 분리하는 작업은 사람 미치게 하는 작업이다.
여전히 벌레는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 것일까? 한 번 털면 벌레와 함께 온갖 잡것이 후두두둑...
그 사이에서 아주 작은 깨알을 건져 내야 한다.
살살 흔들고 입으로 바람도 불고... 그러다 아예 깨를 손으로 골랐다.
그래서 한 주먹 건졌다.ㅠㅠ
내년 씨앗으로 쓸 것이다.
깻잎 무더기를 제거하고 나니 앞이 다 훤하다.
올해는 '배추밭의 미스터리' 때문에 배추나 무도 망했으니 일찍 텃밭이 정리될 것 같다.
똑똑 배추 모종 잎을 잘라 놓고 그다음부터는 하나씩 그 잎이 없어지는 정말 기이한 일을 겪었다.
무 잎도 먹어치웠다.
여전히 한냉사를 침입한 흔적도 없고 땅굴도 없다.
그렇게 먹어치울 것 같이 생긴 벌레도 없다.
용가리와 나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야 할 사건이라며 24시간 관찰 카메라 붙여 놓고 싶다고 했다.
한냉사 안에는 살아남은 배추 하나와 무 두 개가 자라고 있다.
보일러 기름을 채우고 장작을 사다 쌓아야 할 시점이다.
겨울은 빨리 오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봄이 온다.
그렇게 5년도 지나가겠지..ㅠㅠ
** 번잡이와 꼬물이들 근황
요즘은 한 가족이 며칠씩 집에 머물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꼬물이들만 왔다가기도 하고 번잡이만 오기도 한다.
꼬물이들은 정말 많이 컸다.
여전히 잽싸게 도망가지만 빤히 쳐다보거나 앞에 와서 간식을 먹기도 한다.
어찌나 호기심들이 많은지....
툇마루 위에서 뛰어다니며 안방 창문 밑을 박박 긁어놓아 나에게 혼도 많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