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들깨를 털면서 2016/11/03

by jebi1009 2018. 12. 28.


       

며칠 동안 밤 이슬 맞지 않게 덮어 두면서 말리던 들깨를 털었다.

어떻게 터는지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거꾸로 들고 털어라, 눕혀 놓고 살살 두들겨라..등등이 있어서

모든 방법을 다 한 번씩 해 보고는 거꾸로 들고 대나무 막대기로 가지를 두들기는 혼합 방법을 선택했다.






거꾸로 들고 그냥 흔들어 털기




눕혀 놓고 막대기로 두드리기


거꾸로 들고 굵은 가지 부분을 막대기로 두드리기




깨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두 번씩 털어냈으나 털어낸 깨를 분리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키질을 하는 방법이 제일 많았으나 나는 주어진 환경에서 온갖 소쿠리들을 꺼내 놓고 분리 작업에 들어갔다.

플라스틱 소쿠리를 통과시키니 일단 깨와 작은 불순물들이 밑으로 빠졌다.

구멍이 작은 철제 소쿠리를 가져오니 깨가 빠지지 않아 거기에 담아 놓고 키질하듯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마침 바람이 불어 작은 불순물들이 날아갔다. 나도 입김으로 호호 불어대고....

이쪽 저쪽 그릇으로 옮기며 불순물을 날리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면 깨도 같이 날아가 버렸다 ㅠㅠ

처음에는 한톨의 깨도 흘릴세라 아까워하며 완벽 분리를 다짐했건만

시간이 지나자' 에이 씨...그냥 안 먹고 말어..' 이러면서 점점 포기하는 깨들이 늘어났다 ㅎㅎㅎ

내년 우리집 마당에 깻잎이 미친듯이 돋아 날 것 같다..ㅠㅠ




깨와 작은 불순물들이 밑으로 빠진다. 그 와중에 살려고 도망가는 벌레들은 왜이리 많은지 ㅠㅠ






1차 분리작업을 마친 들깨



깨 분리 작업에 총동원된 그릇들

드디어 들깨가 나왔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콧물 흘려가며 깨 분리 작업을 마치고 깨를 씻었다. 인터넷에 씼어 말리라고 되어 있어서...

깨를 물에 넣으니 다 둥둥 뜬다...이를 어쩐다...

나는 쌀 씻듯이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깨가 다 뜨네...

얼른 들어가 작은 체를 가지고 나와 건져냈다.

자꾸 손에는 깨가 달라 붙고 온 사방에 젖은 깨가 달라 붙는다. 아이 참..씨..

어찌어찌 씻어 널어 말리려니 넓은 깔개 위에서는 아무래도 바람이 확 불면 깨들이 날아갈 것만 같다.

넓은 소쿠리에 널자니 밑으로 깨들이 빠지겠고...

고민 끝에 넓은 소쿠리 위에 깔개를 놓고 그 위에 또 넓은 소쿠리 하나를 더 포개고 그 위에 깨를 널었다.

역시 소쿠리 테두리가 있어 바람이 불어도 깨들은 안전하다.

게다가 깔개 위에 널었으면 마구 굴러다녔을 터인데 얌전히 놓여 있다. ㅎㅎㅎ





이제 며칠 말려서 기름 짜러 가야하는데 요만큼도 해 줄까?

지난번 고추에 이어 들깨까지...방앗간 아주머니가 너 장난하니? 이러실지도 모르겠다. ㅋ

이제 당분간 그냥 깻잎 먹기로 만족하기로 했다. 알맹이 작은 아이들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깨를 들고 털 때 깨가 떨어지는 소리와 그에 따른 묘한 쾌감은 나름 좋았다.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top
  1. chippy 2016/11/04 23:09

    제 수확보단 소출이 훨~~많으시네요. ㅎ...저도 한 공기나 될까싶은 들깨 터는데 한나절을 보냈습니다. 도구가 있어야 제대로 쉽게 하는데...키가 없어서...날린다고 말씀들 하시죠, 잡다한 벌레며 티며, 흙, 기타 등등...그냥 버리기가 마음에 걸려서 털긴 했는데, 역시 눈 질끈 감고 그냥 버렸어야 했어라고 후회를 했답니다. ^^

    • 제비 2016/11/10 16:44

      저도 내년에는 깻잎으로 만족하려구요 ㅎㅎ

  2. WallytheCat 2016/11/08 04:07

    대단한 인내심 없이는 작은 크기의 수확물을 분리해낼 수가 없겠네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얻어내신 깨끗한 들깨를 보니, 감동이 밀려 오네요. ^^
    올 한 해는 많은 일을 시도하고, 시험하고, 탐구하는 한 해였으니, 내년에는 한층 지혜로운 농군이 되실 거라 믿어요.

    • 제비 2016/11/10 16:46

      지혜로운 농군까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지만 내년 텃밭 디자인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 WallytheCat 2016/11/11 10:24

      가까이 계신 엔지니어께 디자인 부탁을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ㅎㅎ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2016/11/30  (0) 2018.12.28
겨울 준비 2016/11/23   (0) 2018.12.28
간청재는 공사중? 2016/10/21   (0) 2018.12.28
사부작사부작 2016/10/14   (0) 2018.12.28
땅콩 수확 2016/10/09   (0) 201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