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음풍농월

첫눈 2016/11/30

by jebi1009 2018. 12. 28.


눈이 내렸다.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잠깐 날리다 만 눈이 아니라 확실하게 내렸다.

일기 예보는 비가 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진눈깨비처럼 날리던 눈발은 점점 굵어져 펑펑 내렸다.

결국 택배차도 올라오지 못해 마을 입구 보건소에 물건을 놓고 가게 되었다.

눈이 내리니 겨울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마무리해야 할 일, 앞으로 해야 할 일 등등....

토요일 촛불 집회 참가하러 서울 간 둥이네도 걱정되었다.

막차 타고 내려오면 새벽일텐데 마을 올라오는 길은 괜찮을까.....

눈내리는 토요일 서울은 촛불로 넘쳐났다. 눈과 촛불....

우리는 소복소복 쌓이는 눈발을 보며 저녁 생중계 뉴스를 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눈이 내리니 계절의 한 부분을 접고 나가는 것 같다.

파초도 동면에 들어갔다.

대를 자르고 톱밥으로 덮고 그 위를 다시 싸 주었다.





그동안 감을 깎아 널었고 용가리의 서랍장이 완성되었고 나는 느티나무 접시를 깎았다.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드려고 계속 신경 썼지만 어찌된 일인지 작년만 해도 마을 집집 마당에 널린 감들이 올해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아직 곶감 깎을 때가 안 됐나.....

나중에 알아 보니 감도 해걸이를 하는지라 작년에 감이 풍작이었고 올해는 감이 별로 달리지 않았단다.

그리고 작년 늦게 내린 잦은 비로 곶감이 흉년이 든 것도 있었고...

거의 막판 22일 함양 장에 가 보니 열흘 전 장날에 풍성했던 감은 다 들어가고 감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늦게 감을 딴 할머니에게 대봉 감 한 접을 샀다.

'무른 것은 홍시 만들어 먹고 단단한 감을 지금 깎아도 맛있는 곶감 된다....'

할머니가 말씀하시며 덤으로 몇 개의 감을 더 주셨다.

열 개 정도 상처나고 무른 것은 홍시 감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깎아 널었다.

결과야 어떨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말랑한 곶감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인다.

'곶감 한번 먹어 보겠다고 너도 참 애 쓴다'

꼬박 앉아 감을 깎아 너는 나를 보고는 용가리가 하는 말이다 ㅎㅎ








마을에서는 거의 마지막으로 감을 깎은 것 같다.

이제 감의 크기가 제법 많이 줄어들었다.

새들의 공격을 받아 감 하나가 떨어지는 사건도 발생하였지만 두 눈 부릅뜨고 감을 지키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이렇게 확실하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생활이라니!!

top
  1. chippy 2016/12/01 11:48

    갑자기 든 생각이...김장은 언제 하세요? ㅎ...곶감은 원래 잘 안 먹었는데, 여기선 흔하게 구할 수도 없으니 잊고 삽니다.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시던 군것질이었지요. 호떡과 함께.

    • 제비 2016/12/02 11:40

      어찌어찌 김장은 했습니다^^
      그 곳도 이제 많이 추워졌지요?

  2. WallytheCat 2016/12/01 12:20

    제가 사는 곳에도 눈이 한 번 내리긴 했지만, 지리산을 바라보는 제비 님 마당에 하얗게 내려 앉은 눈 사진을 보자니 제 가슴이 다 싸아, 서늘해짐을 느낍니다. 자연색을 그대로 살린 서랍장이 단정하네요. 곶감 좋아하시면 이제 감나무 몇 그루 심으셔야겠어요. ㅎㅎ

    • 제비 2016/12/02 11:40

      감나무 묘목 심은 것이 있지만 언제 감이 달리려나....하고 있습니다 ㅎㅎ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김장 일기 2 2016/12/02  (0) 2018.12.28
나의 김장 일기 1 2016/12/02   (0) 2018.12.28
겨울 준비 2016/11/23   (0) 2018.12.28
들깨를 털면서 2016/11/03   (0) 2018.12.28
간청재는 공사중? 2016/10/21   (0) 2018.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