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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나의 김장 일기 2 2016/12/02

by jebi1009 2018. 12. 28.


       

2016년 11월 28일

바람이 좀 불지만 날씨는 화창하다.

오..배추 상태 굿! 무도 괜찮은 것 같다.

배추와 무를 뽑았다. 뽑고 나니 웃음이 났다.

어찌 그리 작은지....배추는 핸드볼 공 만하고 새털 같이 가볍다.

그래도 제법 자라고 속도 좀 차 있는 mvp배추도 한 두 개 있었다. ㅎㅎ

무와 배추를 바로 뽑아 서울에 보냈다.

우리 엄마와 시어머니에게....

이웃 둥이네가 준 늙은 호박 껍질 벗겨 정리해 놓은 것과

양이 너무 적어 기름짜기에 실패한 들깨도 함께 담아 보냈다.

[농산물? 상자를 받으신 두 어머니는 전화 통화 내내 말씀은 안 하시고 웃기만 하셨다...

나도 내 배추랑 무 보고 웃음이 났었으니 ㅎㅎ '엄마 그래도 제일 큰 걸로 골라 보낸거야']

배추 겉잎을 삶아 우거지를 만들고 무청을 엮어 널었다.

사실 우리 배추는 겉잎과 속잎 구분이 거의 엎어서 그냥 대충 벗겨 삶았다.

무청은 어찌 그리 짧고 작은지...ㅋ

배추를 갈라보자 아직도 살아 있는 벌레 세 마리를 발견했다. 그 곳에서 동면하려고 했나보다...

저녁에 레시피에 나와 있는 소금과 물의 양으로 배추를 절였다.

애들아 내일 아침 만나자 ~





 MVP 배추


우거지는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






2016년 11월 29일 

어제 저녁 엄마가 전화로 밤에 한 번 배추를 뒤집어 줘야 한다고 했으나 나에게는 불가능이다.

자다 일어나 어찌 그런 일을....

엄마 말을 듣지 않아서 그런지 아침 배추들을 만나보니 위에 있는 아이들은 기개를 뽐내고 있었다.

밑에 있는 아이들도 숨이 죽기는 했으나 나의 예상과 달리 그리 많이 풀 죽은 모습은 아니었다.

청소년 중2 배추들인가? 내 소금 따위에 기 죽을 배추가 아니다....

배추를 뒤집어 주고는 다른 재료 손질에 들어갔다.

찹쌀풀을 끓이고 갓과 쪽파를 다듬고 무채를 썰고 마늘, 생강, 양파를 갈았다.

절여진 배추를 씻어 물을 빼야 했다.

엄청 꼼꼼하게 씻었다. 배추 사이사이 뭐가 많아서...ㅠㅠ

배추를 씻어 놓으니 어떤 아이들은 배춧잎이 열 개 정도도 되지 않은 것도 있다.ㅋㅋ

드디어 양념 만들기.

정확한 계량만이 살 길이다!

새우젓, 액젓,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양파, 무, 쪽파, 갓을 한데 넣고 버무렸다. 매실청도 조금 넣었다.

고춧가루는 백퍼 태양으로만 말린 우리집 고춧가루...

고춧가루를 붓는데 매운 기운이 확 끼쳐 재채기가 났다. 생각보다 매운가보다...

완전 기본에 충실한 양념.

물이 어느 정도 빠진 배추에 양념을 넣기 시작했다.

내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배추들...게다가 노란 잎은 한 두개?

나름 열 한 포기를 했지만 별로 크지 않은 김치통 한 개와 작은 김치통 하나가 나왔다.

일반 배추 대여섯 포기 정도의 양...

갓이 많이 남아 얼떨결에 쪽파와 함께 넣어 갓김치도 했다.

김장의 별미는 고무장갑 낀 손으로 맛보기!

생각 보다 맛이 괜찮다. 그런데 엄청 맵다. 나는 매운 것 좋아하니까 통과...

용가리는 옆에서 진짜 김장 하는 것 같다..(진짜 김장이야) 김장 하는 냄새가 난다...그럴 듯 하다...

그리고는 몇 번 집어 달라고 해서 맛을 보더니 맛있단다.

우리는 그렇게 버무린 배추를 집어 먹고 저녁으로 굴과 하얀 쌀밥에 얹어 또 엄청 먹고...

[다음날 똥꼬 아프게 화장실을 좀 들락거렸다 ㅋㅋ]





너무 귀여워~







결과야 어찌 되든 일단 속이 후련하다. 그리고 뿌듯하다.

밖에는 장작이 쌓여 있고 쌀독에 쌀이 그득하고 김치도 한 통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ㅎㅎ

이제 텃밭을 봐도 마음이 무겁지가 않다.

이제 맘껏 겨울을 즐기면 되겠구나~


2016년 나의 김장일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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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ippy 2016/12/02 23:59

    제 친정엄마도 예전에 할머니 텃밭에서 나온 배추로 김장을 했었는데, 속 안 차고, 작고, 푸르고 질긴(고소한 맛은 있지만) 배추로만 했었어요. 야들하고 물 많은, 그런 시원한 맛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고소한 맛은 더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저흰 아직 김장은...ㅎ, 크리스마스 지나고 시댁 갔다가 오는 길에 한국장에 들르면 배추를 박스로 사서 하겠지요. 여기도 사시사철 배추가 나오니까 김장은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하긴 합니다. 10년 전에는 배추 15포기, 무우 15개 정도를 한 적도 있어요. 캐나다에서...ㅎ, 한국 살 때도 안 하던 짓(?)을 말입니다.
    그런 말이 있더군요. 캐나다에 살면 누구나 한식 조리사 자격증 딸 만큼 한다구요. ㅋ...근데 요즘엔 워낙 사다먹기 편해져서 여기서도 사먹는 사람이 더 많다고도 해요.

    • 제비 2016/12/12 10:14

      그 먼 곳에서 김장까지 하시다니..대단하세요!

  2. WallytheCat 2016/12/04 02:30

    절여놓으신 배추 사진 보고도 잠시 배추를 찾았습니다. 좀 큰 청경채만 하군요. 귀여워요. ㅎㅎ
    이제 농한기인 겨울을 마음껏 즐기시기만 하면 된다니, 축하드려요!

    • 제비 2016/12/12 10:15

      맞아요 조금 큰 청경채 ㅎㅎ
      물론 주관적인 것이 입맛이지만 우리 배추 맛있는 것 같아요 ㅋ

  3. 너도바람 2016/12/05 14:01

    조금 큰 청경채에 한표~~~ 드뎌 간청재의 김장맛을 보게 됐군.
    내년엔 얼마나 더 놀래킬까? 난 그거이 궁금타

    • 제비 2016/12/12 10:17

      목공하러 갔더니 거기 놀러 오시는 분이 원래 얼떨결에 처음 하는 김치가 맛있는 법이라고...두 번째는 맛이 없게 된다네 ㅎㅎ

  4. 알퐁 2016/12/05 15:57

    우와 봄똥 같아요 ^^
    김장도 처음 하시고 모자 쓰신 자태가 새댁 같으세요!

    • 제비 2016/12/12 10:19

      뭐 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이곳 마천에 내려온지 첫 해니까 새댁은 새댁이네요 ㅋㅋㅋ

  5. 벨라줌마 2016/12/07 00:01

    mvp 배추 저도 한표 보탭니다. 겨울날의 간청재는 햇님 덕분인가요...왠지 따뜻해 보입니다...
    큰 일 해내셨네요. 가능하다면 모스크바로 제비님표 김장 김치 배송 받고 싶은 욕망 물씬!!!!! 요즘 세레나의 김치 사랑에 눈물겨운 푼수 엄마 감동의 도가니 거든요. 흰 밥에 김치 먹고 응가의 고통을 느껴도 좋다고 더 달라 하니....우리 세레나 진정 한국사람 맞는가 봅니다 ^^

    • 제비 2016/12/12 10:21

      햇님은 정말 위대해요!
      간청재에 해가 들면 정말 따뜻해요
      우리 김치는 매워서 세레나에게는 무리일 것 같네요 ㅎㅎ

  6. 풍뎅이 2016/12/12 14:30

    저런 배추가 젤루 맛있는 거인디~~

    • 제비 2016/12/15 13:23

      크고 노란 배추와는 맛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저는 고소하고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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