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세째 주
이제 텃밭에는 배추와 무, 그리고 잘 자라지 못한 쪽파만이 남았다.
아...봄동 배추도 몇 개 남았구나.
텃밭을 볼 때마다 가슴을 짖누르는 이 부담감...ㅠㅠ
난생 처음 김치를 담아야 하는 나로서는 머리가 복잡하다.
일단 인터넷을 뒤져 김장 김치 황금레시피를 찾아 정리했다.
우선 농협에 가서 소금을 사고 인터넷으로 새우젓을 주문했다.
날씨가 추워져 혹시 배추가 얼까봐 덮어 주고 있다.
그래도 하루 두 시간씩 벌레 잡아 주며 키운 아이들인데....
2016년 11월 네째 주
이제 결전의 날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장날에 맞춰 날을 잡으니 22일이나 27일.
22일에는 거의 마지막 남은 대봉 감을 사다 깎아 널었다.
금요일 날이 추웠다.
일기예보로는 내일 비가 온다 하였으니 밤새 그리 춥지 않을 것 같아 배추를 덮어주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배추에 서리가 내려 앉고 배춧잎이 얼었다. 앗! 어쩌지?
옆에 있는 무도 살폈는데 땅으로 올라온 부분이 살짝 언 것 같다...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데 내가 걱정할 것은 배추가 아니라 무였다.
배추는 추위가 오면 스스로 수분을 버리고 버틴다고 한다. 그래서 더 달고 맛있다는...
일부러 눈 맞은 배추로 김장을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무는 그게 아니었다. 무는 추위가 오기 전에 뽑아서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무가 더 강해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역시 똑같이 이뻐하고 신경써야지 편애하면 안된다. 무야 미안해...ㅠㅠ
토요일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얼른 무를 덮어 주었다.
이틀만 잘 버티렴....
2016년 11월 27일
함양 장날이다. 장에 가서 마늘, 생강, 쪽파와 갓을 샀다.
돼지고기 수육을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김장하는 날 너무 힘들 것 같아 간단히 굴을 조금 샀다.
너무 욕심내면 안 된다.
전에 튀김 한 번 하려고 시작했다가 양을 너무 많이 잡아서 나중에는 힘들어 울면서 튀긴 적이 있다.
한 번 시작했으니 마무리는 해야겠고 준비한 것을 그냥 버릴 수도 없고 해서...^^;;
그날 돼지고기까지 삶으면 나는 분명 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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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일이 보통이 아닐텐데... 큰 일 하셨네요.
정성을 다해 키운 무와 배추로 담그신 김치는 맛을 안 봐도 당연히 맛있을 것 같아요.
배추 무 고춧가루가 우리 텃밭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하기는 해요^^
결국 역으로 무도 더 큰 사랑 받았으니 너무 걱정 마셔요..ㅎㅎ 정말 무도 배추도 자식 키우는 마음과 크게 다를 것 없네요...... 전에 외할머니 살아 계실때.... 새벽부터 내 새끼들 살피러 나간다~~ 하시며 바지런하신 평생 농부의 모습을 보이셨는데... 제비님 포스팅 볼때 마다 외할머니가 너무 그리워요.
텃밭을 하니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꼭 풍성한 수확을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잘 되면 기분이 참 좋아요...안 되는 아이들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고요...
이건 먹거리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