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재 이사 오고 고양이 손님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까만 색 작은 고양이는 생선구이 부산물을 깨끗이 먹어치우더니 그 후로 심심치 않게 놀러 온다.
몸집도 좀 커진 것 같다.
소리 없이 나타나서 혼자 놀거나 일하고 있는 우리들을 감독하듯이 지켜보고 있다.
처음에는 쳐다만 봐도 냅다 도망가더니 이제는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냥 떡 하니 쳐다보고 있다.
멸치국믈 내고 건져낸 멸치를 내다 놨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삼천포 죽방멸치가 하도 좋아 국물을 내고 남은 것인데도 통통하고 흐트러지지 않아 아까워서 내다 놓았더니
잘 먹는 것 같다.
어떤 날은 햇살 잘 드는 마루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기도 한다.
까만 몸에 연두색 눈을 갖고 있는 녀석은
어떤 날은 연두색 눈동자가 한 쪽만 보여 눈을 다쳤나 걱정을 시키기도 한다.
장작을 자르고 있을 때 어느새 다가와 '너 똑바로 하고 있니?'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ㅎㅎ
새로 만든 장작 지붕에 냉큼 올라 앉아 제대로 만들었나 살펴보고 있다.
일찌감치 햇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아직도 안 일어났니? 게으름벵이들' 하면서 집 안을 기웃거리기도...
뭘 봐?
앙상한 나뭇가지에 날아와 앉아 놀다 가는 작은 새도 있다.
어떤 새인지 잘 모르겠지만, 또 항상 같은 새가 오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같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보면 또 놀러 왔구나....하는 맘이 든다.
뒤 쪽 툇마루에 앉으면 저 자리에 새가 앉아 놀 때가 많다.
녀석들의 방문을 받으며 겨울의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마을에서 군불 때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이기도 하고..
지리산 천왕봉 눈 쌓인 골짜기가 선명하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다 햇살이 비추고...
그렇게 겨울의 복판을 지나 천왕봉 골짜기 흰 눈들이 녹기 시작하면 또 봄이 오겠지.
가열찬 작업을 예고하는 봄도 괜찮지만 소소한 재미와 뒹굴거림의 미학이 있는 겨울이 정말 좋구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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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뒹굴, 주인도 뒹굴....천국이 따로 없네요 ^^
뒹굴 뒹굴 잘 하는 것도 재주라고 누가 그러더라구요 ㅎㅎㅎ
고양이가 아예 제 집처럼 자리잡은 듯 편안해 보이는 군요.
먹을 것 챙겨주는 사람을 믿고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이는 지리산을 바라보고 사시니 행복하시겠다 싶습니다.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은 것이 하늘과 산색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