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는 가끔 의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의 허리와 다리가 가끔은 의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용가리의 기타 연습을 위해서는 의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작은 의자가 있기는 하다.
딸아이 어릴 때 쓰던 플라스틱 어린이용 의자 ㅋㅋ
지금껏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고 우리 집의 유일한 의자다.
그래서 이번에 네 번째 목공 수업으로 의자를 만들었다.
의자는 사람이 앉는 것이라 튼튼해야 하고 삐걱거려서도 안 된다.
역시 끼워 맞춰 만들었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그냥 좀 쉴 때도 의자에 잠깐씩 앉으니 참 좋다.
사람이 둘이니 의자도 두 개여야 싸우지 않지....
두 번째 의자는 팔걸이가 있는 것으로 만드려고 한다.
이미 재단은 끝냈고 용가리는 돋보기 끼고 열심히 선을 긋고 있다.
용가리가 의자를 만드는 동안 나는 접시 삼총사를 깎았다.
역시 마감칠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답이 딱 나오지 않는다.
물론 답이야 물과 열에 강한 옻칠이지만 옻칠은 옻이 타기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처음에 써 본 셀락은 열에 약하다.
계란말이를 담았더니 하얗게 변해 버렸다.
여기저기 알아 보고 물어 봤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이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나무그릇은 견과류나 샐러드, 빵 그릇으로 쓰기 때문에 천연 오일로 마감을 많이 한다.
호두기름, 아마씨유, 올리브유 등등...
아직 기름을 발라 보지는 않았지만 목공 가구에 바른 오일을 보면 한참 동안 오일이 묻어 나온다.
그리고 그릇은 자주 물이 닿기 때문에 방수 상태 유지가 어려울 것 같고
또 반찬류를 담으면 나무에 스며들어 얼룩이 남을 것 같다.
우연히 블로그로 알게 된 공방 주인과 통화를 했는데
나무그릇은 도자기나 스텐 처럼 쓸 수는 없다고...
그냥 적당히 기름도 배고 얼룩도 생기고 닳기도 하면서 쓴다고...
그리고 밥그릇 국그릇 빼고는 다 사용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부처블락 오일을 사용했다.
말 그대로 도마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오일이다.
사용해 보니 계란말이를 담아도 색이 변하지 않고 셀락 보다 강력한 것 같다.
그런데 네 번까지 발라 그런가 광택이 좀 많이 나고 칠 냄새도 좀 난다.
계속 사용하다 보면 냄새가 사라질지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어쨌든 어설프지만 접시를 만들면서 느끼는 점은 깎아 내는 것 보다 다듬는 것이 백 배는 어렵다는 점이다.
끝 없는 사포질과 여러 번의 덧칠...
말리고 사포로 살짝 밀고 바르고 또 말리고...
말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마감제가 좋은 것 같다.
전화 통화한 공방 주인은 아마씨유가 써 본 것 중에 괜찮은데 건조 시간이 길다고 하였다.
내가 이번에 쓴 부처블락도 6시간 이상 건조해야 한다.
거의 일주일 간 덧칠을 하고 말렸다.
이번에는 숟가락을 깎고 있는데 이것은 올리브유를 발라 봐야겠다.
이것 저것 칠해 보고 이것 저것 그릇에 담아 보고 세척해 보고.....그러면서 적당한 지점에서 답을 찾아야지 뭐..
오늘도 공방에 나무 깎으러 간다.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나무의 옹이와 나이테를 보면서
이 나무는 무슨 인연으로 나에게 왔을까...생각하는 그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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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의 선이 굴곡이..... 예술입니다. 샵 오픈하셔야 할듯요 ^^
이것 저것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의 길에 접어 드시는 두 분 모습에 적지 않은 감동의 시간을 만끽하고 갑니다. 공방으로 나무 깍으로 가시는 두분....... 뒷 모습을 상상하니.... 참 고우세요 두 분 자태!
상상만 하셔요...진짜 보면 하나도 안 곱습니다 ㅋㅋ
캬~ 저 디데일! 멋있습니다. 의자도 집과 차악 맞아들어가네요!
그릇도 참 예뻐요!
캬~ 고맙습니다^^
창호지 문을 배경으로 의자를 배치하니 비로소 그림이 완성되는 군요.
한 분은 가구를 만들고, 한 분은 손으로 깎고 다듬어 그릇을 만드시다니... 이제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느릿느릿 여유롭게 즐기며 사시는 모습을 보니 좋~습~니~다.
느릿느릿 여유롭게 지내는데도 시간은 전 보다 더 빨리 가는 것 같으니 무슨 조화일까요 ㅎㅎ
용가리님이 원래 저런 재능이 있었다는 확신이 듭니다.
접시도 좋으네요.
어릴 때 제주도에서는 '좀팍'이라는 표준말로는 '됫박'쯤 되는
나무로 갂은걸
여러 종류의 사이즈로 썼거든요. 그런 투박함이 보여요.
죽기 전에 여러 재능들을 발굴해야겠네요 ㅎㅎ
요리하는 재능도 좀 발굴했으면 좋겠어요~
엽서 잘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