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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의자 2 2017/01/16

by jebi1009 2018. 12. 28.


       

겨울답게 날씨가 얼어 붙으면서 점점 이불 속에서 나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아침에 잠이 깨어도 일어나지 않고 책을 읽거나 무한 공상을 펼치면서 한참 동안을 이불 속에서 보낸다.

한무더기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먼 길, 강원도 속초에 다녀왔다.

이천까지 가서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잠시 춘천고속도로, 또 국도를 타고...6시간이 넘는 길이었다.

게다가 어디 길을 나설 일이 생기면 꼭 눈이 온다.

아침부터 열나게 눈 치우고 출발하여 긴 여정 끝에 겨우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눈은 출퇴근 길의 걱정거리였는데 이곳에서조차 눈을 낭만적으로 볼 수가 없단 말인가 ㅠㅠ

다음에는 꼭 아무 일정도 없어서 펑펑 내리는 눈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동네 강아지들처럼 좋아라 했으면 한다.

가족행사가 있어 정말 오래간만에 다녀왔지만 한때는 뻔질나게 많이 다니던 곳이었다.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곳도 있고 너무 많이 변해 내 머릿속의 기억과 충돌하는 곳도 있었다.

지리산 능선만 바라보다 강원도의 능선과 설악산의 산세를 보니 정말 느낌이 달랐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똑같은 산이었을 것이다 ㅎㅎ

설악산은 화려했다.

설악산은 이제 막 사랑이 시작되는 연인들이 가는 곳이고

지리산은 실연의 아픔을 갖고 찾아 가는 곳이라 하더니만....

길고 긴 여정을 마치고 간청재에서 다시 만난 지리산은 푸근하게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역시 집이 최고다...즐거운 나의 집 ㅎㅎ










두 번째 의자를 완성했다.

팔걸이가 있는 조금은 중후한 멋을 풍기는 의자다.

원래는 팔걸이가 없는 첫 번째 의자가 기타 연습을 위한 용가리의 것이고

팔걸이가 있는 두 번째 의자는 뜨개질을 하거나 커피 마시며 음악도 듣는,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완성하고 보니 왠지 두 번째 의자는 남자 의자, 첫 번째 의자는 여자 의자 같다며 용가리가 바꾸자고 한다. ㅎㅎㅎ

그런 편견을 버려!!  분홍 색은 여자색, 파란 색은 남자색 타령도 아니고...

나무 의자라서 오래 앉으면 엉덩이가 조금 아프다.

겨울에는 방석을 놓아도 괜찮을 것 같다. 새 의자에 예쁘게 맞는 방석을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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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퐁 2017/01/16 14:56

    색과 재질이 통일되었으나 모양이 제각각인 의자를 계속 만드신다면 참 재미날 것 같아요. 다음엔 박스형의 의자? 그럼 앉거나 작은 물건도 얹고... 왜 이렇게 제 머릿속이 바쁘죠? ㅎㅎ

    • 제비 2017/01/21 13:03

      ㅎㅎ 의자를 만들어도 이제는 놔 둘 곳이 없으니 ㅠㅠ

  2. WallytheCat 2017/01/18 04:26

    집 나가면 고생이지요. 고생 좀 하다 집으로 돌아오면, 내 집만한 곳이 없다 싶지요. 더구나 지리산에서 사시니 앞으로 더더욱 그런 생각 많이 하실 것 같아요.

    혼자 있던 의자가 드디어 짝을 만났네요. 두 의자에 혼인식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아요. ㅎㅎ 전 개인적으로 팔걸이 없는 의자가 더 편하고 좋더라고요.

    • 제비 2017/01/21 13:04

      점점 바깥잠 자는 것이 불편해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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