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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눈과 새우 2017/01/21

by jebi1009 2018. 12. 28.

 


밤부터 내린 눈이 아침에도 계속 내리고 있다.

이미 세상은 하얗고, 그래서 눈이 부신데 눈발은 계속 날리고 있다.

오전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택배 물건이 있는데 눈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는 연락이다.

금요일 택배가 도착할 것이라는 말을 서울 설님으로부터 듣고

목요일 밤부터 눈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봤을 때, 이미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오전 현재 상태로서는 마을 입구까지도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체국의 연락을 받고는 조금 난감했다.







각종 해산물과 생선, 회 등을 좋아하는 나는 이곳 지리산으로 오면서 그다지 흡족하게는 먹을 수 없었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서울 친구들은 종종 수산물을 보내주고는 한다.

고등어, 먹태, 어묵...그리고 이번에는 새우까지...

다른 물건이면 다음주에 받아도 상관 없지만 새우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그래도...

금요일 오후가 되어도 눈발이 그치지 않자 '그래 날씨가 추워서 괜찮을거야...잘 보관해 달라고 하지 뭐...'

거의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30분 쯤 후에 마을 입구 보건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겠다고 한다.

길 사정이 조금 나아졌나 보다.


오후 3시쯤 눈발이 약해지자 우리는 나가서 눈을 치우고 길을 내기 시작했다.

쌓인 눈이 밤새 얼어붙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햇님이 위대해도 눈의 두께가 두꺼우면 밑에는 얼어 붙는다.

콧물을 미친듯이 흘리며 눈을 치웠다.

한시간 정도 눈을 치우고 새우를 가지러 마을입구까지 걸어갔다.

생각해 보니 마을을 걸어서 내려가 본 적이 처음인 것 같다. 항상 차를 타고 내려가니....

좀 걷기도 하고 산책도 하고 그래야지...마음은 그렇지만 집구석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기껏해야 앞마당과 뒷마당만 왔다갔다 ㅎㅎ






보건소 문 앞에 상자 두 개가 있었다.

설님이 보내신 새우와 언니가 보낸 한과 상자다.

맛있는 상자 하나씩을 들고 다시 콧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에고에고 힘들어라~ 헥헥거리며 마루에 주저 앉았다.

고생한 보람!!

저녁에는 행복한 만찬을 벌였다.

나는 와인, 용가리는 맥주...달콤한 유과까지...ㅎㅎ

코흘리고 바람 맞으며 다녀온 보람이 있다.

보람찬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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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llytheCat 2017/01/29 01:41

    많이 내린 눈 때문에 택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니, 산골에 사시는 게 실감나네요.
    눈 치우시느라 고생은 하셨지만, 생활에 낭만이 넘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ㅎㅎ

    • 제비 2017/02/09 10:55

      달콤한 보상이 있을 때는 낭만이 맞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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