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 딸아이가 내려와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
물론 우리 딸이 누구인가....
그냥 평탄하게 내려오지 못하고 내려오는 날 오전부터 이런 저런 일로 복잡하게 만들더니
늦을까봐 넉넉하게 오후 1시 반으로 잡은 차 시간을 기어코 놓치고 3시 20분 차를 타고 오게 되었다.
오후 5시 조금 넘으면 어두워지는데 7시 30분 넘어 도착하면 완전 한밤중이다.
설상가상 눈까지 내려 쌓였으니 딸내미 픽업하러 가기 위해 오후에 열심히 눈을 치워야만 했다.
차라리 내일 오던가!! 나는 성질을 내며 못마땅해 했지만 마천면에서 딸아이를 보니 입이 헤벌쭉~
이미 전화로 욕은 한바가지 해 주었고 해 넘어가 시간이 지났으니 열렸던 내 뚜껑이 거의 닫혀있기도 했다.
게다가 딸기 생크림케잌과 딸기 타르트 상자를 나에게 안기니 입이 안 벌어지겠는가...
역시 사람 마음 녹이는데는 물질이다 ㅎㅎㅎㅎ
와인 주문하면서 한 병 끼워 넣은 샴페인(약간 고급진)과 케잌으로 크리스마스 기분도 내고
방앗간 가서 흰 가래떡 뽑아 통영 바다 구경도 하고...
통영 가는 길 터널을 지나니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영화 터널 봤어? 우리는 터널이 무너져도 4킬로의 가래떡이 있으니 걱정 없다 ㅋㅋ'
막 뽑은 가래떡 먹으며 바다 구경하고 싱싱한 도미와 방어, 해산물을 사 와서 푸짐한 송년회를 함께 했다.
진주 나가 마트를 싹쓸이하기도 하고 호젓하게 산책을 하기도 했다.
목공하러 가는 날은 공방에 가서 함께 나무를 깎았다.
완전 초집중 모드로 4시간 넘게 나무를 깎으며 연신 정말 재미있다고 말한다
딸아이의 작품?? 본인은 바오밥 나무라고 우기지만 나는 꼴뚜기, 용가리는 버섯, 조각가 선생은 그냥 재료만 나무라고...ㅋㅋ
창문 너머 멸치를 먹고 있는 고양이를 부러운 듯 바라보는 또 다른 고양이. 딸아이가 다락에 올라가 좋아했던 지지인형을 갖고와서 설정해놓았다.ㅎㅎ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니 잠시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으나 술 한 잔으로 달래고
다시 우리들만의 생활모드로 돌아왔다.
게으름에 대한 보복인가?
애지중지 만들어가던 곶감이 새들에게 공격당했다.
느지막히 일어나 마당에 나가니 곶감이 떨어져 뒹굴고 있다.
곶감 예닐곱 개가 새들의 먹이가 되었다.
그것도 내가 특상품이라고 흐뭇해 하며 매일 쳐다보던 곶감만 골라서 쪼아 먹었다.
살짝 쪼인 것은 아까워서 쪼인 부분을 도려내고 다시 걸었는데 요즘 조류독감 어쩌고 하는 말이 생각나 괜히 찝찝하기도 하다.
자연과 나누어 먹는다지만 그래도 아까비...
지금은 곶감을 밤에 들여 놓고 우리가 일어나면 내어 놓는다.
새들이 지저귀는 새벽에는 우리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둥이들이 아니니 조금 귀찮은 방법으로 곶감을 사수해야지 뭐...
어제는 함양 도서관에 갔는데 도서관이 앞으로 한 달 동안 공사할 것이라 문을 열지 않는다 했다.
원래 두 권만 대출하려 했는데 이것저것 더 빌렸다.
지난번 숟가락에 이어 이번에는 조금 큰 그릇을 깎기 시작했다.
숟가락은 사포질과 마무리를 하지 못했는데 날이 따뜻해 마당에서 할 만하다.
읽을 책도 빌려 놓고 나무그릇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고...
편안하게 조용하게 겨울의 한 가운데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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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이 올 때마다 엄마의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모양입니다. ㅎㅎ
보기에도 포근, 달콤해 보이는 생크림 케잌으로 엄마의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는 법도 이미 알고 있군요. 온 가족이 모여 연말을 잘 보내셨으니, 한 해의 훌륭한 마무리로 보이네요.
나무그릇 깎는 작업은 무지 재밌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겠지요 ㅎㅎ
나무 깎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과정도 재미있고 완성하는 재미도 있고요..
게다가 기간이 정해진 숙제도 아니고요 ㅋㅋ
전 고인돌에 한 표.
해석은 보는 사람 마음 ^^
나무 그릇에 커피를 개어서 발라서 색을 낸 후 말려서 들기름을 바르면 어찌 될까 잠깐 궁금했습니다.
오~ 고인돌 ㅎㅎ
커피로 색을 내는 것은 좀 땡기는데요^^
들기름은 산폐가 되어서 좀 힘들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