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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꼼지락거리기 2017/02/19

by jebi1009 2018. 12. 28.



겨울 땔감이 마련된 이후로는 거의 바깥일은 하지 않아 집 안에서 뒹굴거리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목공 수업도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한 달 간 방학(?)을 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가는 일이 없다.

그래도 시간은 참 잘 간다.

명절이다 뭐다 해서 서울도 다녀 오고 때가 되면 장에 가서 장도 봐야 하고....

커피 마시고 하늘 구경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산 봉우리들 쳐다보고 책 보고 어쩌고 하다 보니

나름 겨울의 뒹굴거림에 적응이 되어 이제 곧 땅에 삽질 할 생각을 하니 겁이 나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의 퇴비자루가 벌써부터 밭으로 나가기 시작한 것 같다.

모르고 덤벼 들었을 때와 한 번 해 보고 다시 시작하는 일은 마음 가짐부터가 다르다.

봄부터 여름까지의 끝 없는 일들을 생각하니 살짝 꾀가 나려고도 한다.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말이다 ㅎㅎ


좌식 생활이 기본인 우리 집은 의자가 필요할 때가 있어 용가리가 의자 두 개를 완성하였다.

의자에 앉다 보니 옆에 작은 테이블이 필요하게 되었다.

커피 잔을 놓기도 하고 안경을 놓기도 하고 휴대폰을 놓기도 하고...

땔감 나무에서 튼실한 것을 골라 다듬어 내고 굴러다니는 목재 자투리로 작은 테이블을 만들었다.

물론 남은 재료로 뚝딱뚝딱 만든 것이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테이블은 용가리 작품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ㅎㅎㅎ





나무 의자이다 보니 겨울이면 좀 추운 느낌도 나고 딱딱하기도 해서 방석을 뜨기 시작했다.

방석 두 개를 완성하고 보니 테이블 위에도 무언가 깔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다 집에 남은 광목천으로 테이블보(?)를 만들었다.

계획은 실로 창대하게 조각테이블보였으나 결과는...ㅠㅠ

다 만들고 보니 힘만 들었지 효과가 미비하였다.

다른 색깔의 천으로 해야 하는데 천이 마땅치 않아 같은 색으로 하니 그냥 라인만 드러나는 정도...

다 만들고 생각하니 그러려면 뭐하러 조각을 내고 시접을 계산하고 시접선을 다림질해서 꿰맸을까..

그냥 천을 자르지 말고 라인만 그려서 감침질하면 될 것을...멍충이 ㅠㅠ

그래도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다음에 조각보를 만든다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퍼 손바느질로 만든 보다.










난 약간 기계 공포증 같은 것이 있어서 손으로 하는 것이 힘은 들지만 안정감이 있다.

사포질도 물론 큰 면적을 할 때는 기계가 편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고 긴장하게 된다.

손으로 죽어라 밀어대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다 ㅋㅋ

재봉틀로 그렇다.

내가 서툴고 잘 못해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이 더 재밌고 편하다.

물론 등과 어깨가 무지 아프다 ㅠㅠ


이렇게 하루종일 집안에서 꼼지락거리고 뒹굴거려도 답답하지 않은 것은

고개만 들면 보이는 하늘과 지리산자락 때문일 것이다.

엄청나게 게을러진 탓에 점점 몸 쓰는 것이 귀찮아졌지만 그래도 햇살이 집 안으로 더 밀고 들어오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삽 들고 나가고 싶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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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ooryunn 2017/02/21 11:20

    아~두 분 다 솜씨가 대단하시네요~
    뜨게 방석 색감도 맘에 들구요~~
    자투리 목재로도 이렇게 훌륭한데,
    작품 리스트에 추가하셔야 마땅합니다!

    • 제비 2017/02/26 16:06

      ㅎㅎ 감사합니다^^

  2. huiya 2017/02/24 12:13

    방석이 예쁩니다. 테이블보도 좋아요.
    재산이 늘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 제비 2017/02/26 16:07

      맞아요..재산이 늘어가고 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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