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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기지개 2017/03/14

by jebi1009 2018. 12. 28.


아무리 뭉기적거리려 해도 자연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다.

날씨와 땅의 움직임과 주변의 소리들이 말이다...

며칠 새 계속 몸을 사렸다. 겨우내 놀던 관성이 계속 나를 잡아 당겼다.

아직 아니야...

그러나 파란 아이들이 앞 다투어 올라오고 땅의 기운이 몽글몽글해지고 있었다.


동네에서는 벌써부터 땅을 다듬고 퇴비를 주고 농사 준비에 들어가고 있었다.

결정적 한 방!

이웃 할아버지께서 우리집에 방문하셨다.

항상 부지런하신 분...엊그제 우리집에 오셔서 도라지 한 아름을 주시고 가셨다.

튼실한 도라지 한아름과 땅에 심으라는 도라지와 더덕...

촉촉할 때 심으라 하셨다.더 이상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었다.

박차고 나와 장화를 신었다.

마당 한 가운데 있던 수월암 도라지를 돌담 쪽으로 옮기고 할아버지께서 주신 도라지도 함께 심고....

살아 남은 더덕과 할아버지께서 주신 더덕을 한 쪽으로 몰아 심고 정리했다.




반찬해 먹으라는 튼실한 도라지 한아름과 땅에 심으라는 도라지, 그리고 맨 외쪽은 촉촉할 때 심으라는 더덕이다.


둥이네가 준 우엉이다. 이렇게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것 같은 우엉을 본 것은 처음이다. 하얗게 다듬어 놓은 우엉만 봤었다. 우엉! 너 정말 멋지게 생겼구나 ㅎㅎ


겨우내 게으름 피우며 외면했던 무청 시레기를 삶았다. 사실 우리집 무청은 정말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겨우내 처마 끝에 매달려 있다가 불피운 솥에 들어가 삶아지게 되었다. 된장에 버무려 지져 먹을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ㅎㅎ







내친 김에 꽃씨도 뿌렸다.

그냥 땅에 뿌리니 잡초와 함께 자라나 꽃을 보기 힘들었다.

미리 잡초를 뽑고 싶었으나 무엇이 꽃이고 무엇이 잡초인지 모르는 무식한 나로서는 그냥 두고 볼 수밖에 ㅠㅠ

그러니 꽃이 제대로 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따로 빈 화분에 꽃씨를 먼저 뿌렸다. 화분에 꽃 이름도 붙였다..

나중에 옮겨 심을 수도 있고 땅에 뿌린 꽃씨들이 올라 올 때 잡초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나름 머리 쓴 것이다 ㅎㅎㅎ






처음 생두 20킬로 지대를 주문했다.

항상 5킬로 포장을 주문했었는데 탄핵 기념 질렀다.

물론 반 이상은 내가 먹을 거지만 그래도 꽤 커피 볶는 집 같이 보인다 ㅋㅋㅋ


이틀 삽 들고 설쳤더니 몸이 뻐근하다.

몸 쓰는 계절이 돌아왔다.

벌레와 풀들이 난무하는 계절이 말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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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퐁 2017/03/15 11:41

    와 봄냄새 물씬 나네요!

    • 제비 2017/03/24 20:21

      시골의 봄은 마음이 바빠요 ㅎㅎ

  2. 벨라줌마 2017/03/17 19:16

    저는 2주전에 이태리 시댁에 왔어요. 저희 시아버님도 분주해 지시는 시기! 지난 주 정원 다듬으시고 퇴비 주시고 꽃씨 점검하시고 분주 하시게 몸 움직이시더니...... 감기 걸리셨어요 흑....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겨울의 마지막 공격에 틈을 보이신거지요....
    제비님도 감기들지 않게 조심하셔요~~~~~ 몸이 고단해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감기는 최고의 적!

    • 제비 2017/03/24 20:22

      맞아요 감기는 최고의 적!
      감기 핑계 대고 누워 지내고도 싶지만 그래도 땀 흘리고 한 잔 하는 것이 더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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