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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돌과 꽃 2017/04/06

by jebi1009 2018. 12. 28.


무서운 속도로 풀들이 올라오고 벌써 4월이니 밭을 일구어야만 했다.

이랑을 만들고 퇴비도 섞어 놓아야 씨도 뿌리고 모종도 심고 할텐데 말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사이에 해가 반짝 뜬 이삼일 가열찬 노동에 들어갔다.

언제나 장화를 신을 때의 계획의 반도 못하고 하루가 저물지만...

역시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 제거로 반나절을 씨름했다.


방치해 두었던 텃밭에 올라온 풀들을 제거하고 삽으로 땅을 파서 뒤집어 이랑을 만드는데

삽이 덜컥덜컥 자꾸 걸린다.

작년에도 그 전 해에도 밭을 만들면서 많은 돌들을 캐냈었다.

그 돌들로 경계석도 만들고 돌담도 쌓고...

도대체 얼만큼의 돌이 더 나와야 하는 것일까 ㅠㅠ


이번에는 웬만한 것은 캐어내야지 마음 먹었다.

자잘한 돌은 말할 것도 없고 중간 크기, 조금 더 큰 놈....그러다 정말 어마어마한 대물이 걸렸다.

삽으로 흙을 파고 호미로 대강 주변을 긁어 내어 크기를 가늠하니 만만치 않은 놈이다.

그리고 왠지 낯이 익다. 작년에 파내려다 그냥 덮었던 놈인 것 같기도 하다.

용가리와 두어 시간 사투 끝에 드디어 움직였다.

뽑아는 냈지만 밖으로 끌어내는 것도 문제다.

나름 머리를 굴리고 씨름한 끝에 드디어 밖으로....아이고 죽겠다..헥헥헥 ㅠㅠ

그렇게 며칠을 고생한 끝에 밭을 만들었다.







작은 놈, 큰 놈, 아~주 큰 놈...이만큼의 돌들을 파내고





드디어 밭을 만들었다. 인간 승리!!





미친듯이 땅파고 풀 뽑고 돌 캐내다 잠시 쉬어 고개를 돌리니 우와~

수선화가 얼굴을 드러냈다.

어제는 봉오리만 봤었고 오전에는 반쯤 벌어졌었는데 오후에는 활짝 벌어졌다.

신기신기...

그러다 옆에 있는 할미꽃까지...

할미꽃은 꽃봉오리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꽃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나...정말 깜짝이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꽃이 필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니...미안...

내친김에 눈을 더 돌리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위가 잔뜩 올라왔다. 머위꽃까지...











잡초랑 돌이랑 씨름하느라 새로운 아이들과 눈도 못 마주쳤네.

뉴페이스가 마구 생기니 마음이 막 설렌다. ㅎㅎㅎ



하지만...나에겐 아직도 이만큼의 일거리가 남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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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ippy 2017/04/07 21:01

    제대로 큰 농사를 시작하셨네요. ㅎ...농담이 아니라, 저처럼 들깨 6포기 키우고 A4용지 6장도 채 안되는 부추밭을 갖고있는 사람에겐 큰 농사입니다. 거기다 호박 한 두 모종을 매년 심긴하죠. 이것도 제대로 다 먹으려면 노력을 꽤 해야만 합니다. 짓는 노력이 아니라 상하고 썩기전에 먹어 치우는 노력입니다만. ㅎ...간간이 꽃도 보면서 돌도 파고, 그 돌로 경계석도 하고, 담장도 올리고...좋습니다. ^^

    • 제비 2017/04/11 12:26

      맞아요..갈무리하고 먹어치우는 것도 참 힘들죠 ㅎㅎ
      그래서 저는 먹을 만큼 먹고 나머지는 그냥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게 놔두기로 했어요 ^^

  2. huiya 2017/04/08 22:06

    봄이 확실히 왔나 봅니다. 수선화에 할미꽃, 머위는 알겠는데, 머위꽃은 처음 봐요.
    맨 땅을 일궈서 밭을 만들다니, 인간승리!

    • 제비 2017/04/11 12:28

      여기 와서 보니 우리가 먹는 모든 채소들이 다 꽃을 피우더라구요..심지어는 엄청 예쁘기까지..

  3. WallytheCat 2017/04/10 04:31

    가열찬 노동에 축복이 있을 것입니다. ㅎㅎ
    농토를 고르다 나온 돌들은 화단이나 담장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이겠군요.
    가시 같은 잔털로 무시무시하게 자신을 보호한 것 같은 할미꽃은, 들여다 보면 정말 어여쁘더군요.

    • 제비 2017/04/11 12:29

      물론 담장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정말 그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ㅠㅠ

  4. 알퐁 2017/04/10 08:42

    영화 보면 그런 큰 돌 밑에는 돈이 들어 있던데...혹시?

    • 제비 2017/04/11 12:31

      우리도 매번 혹 금괴가 묻혀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실 없는 소리를 주고 받는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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