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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고사리 시즌 2017/04/19

by jebi1009 2018. 12. 28.


고사리 시즌이 시작되었다.

마을에서는 이미 한창이었지만 우리 고사리는 좀 늦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작년 풀을 한 번 뽑아 준 것 외에는 해 주는 것이 없으니 비료주고 관리하는 전문 고사리 밭과는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 쌤들이 오면서 드디어 고사리 스타트 테잎을 끊었다.

사실 이제 현역 쌤은 한 분밖에 없지만 학교에서 만난 분들이라 쌤이라는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 ㅎㅎ

올해 명퇴에 성공(?)한 나무님이 맥주며 과일을 잔뜩 사와서 명퇴 축하 건배를 날렸다.

참고로 나무님은 술을 전~혀 못한다. 매실 효소 물에 타 먹고 취했던 사람 ㅋㅋㅋ

그런 사람이 술 좋아하는 우리를 위해 이것저것 맥주를 담아 왔다.

맥주 중에 웬 체리맛 맥주? 새내기 여학생이 좋아할 만한 분홍색 맥주...술 못하는 사람 티가 팍팍 난다.ㅎㅎ


어제 고사리를 삶아 널었다.

해가 쨍쨍하다가 돌풍이 갑자기 불어와 한 번 뒤집어지는 바람에 마당에 엎어진 고사리 찾아 담느라 용가리와 애썼다 ㅠㅠ

어제는 날씨가 난리도 아니었다. 해가 쨍쨍하다 어두워지다 돌풍이 불고 비가 내리고 다시 해가 나고 또 바람이 불고...밤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소리는 잠결에도 들리고 걱정되는 마음에 자면서도 중얼거리게 된다...

시골에서는 무엇이든 잘 눌러놔야 하고 들여놔야 한다.



2017 첫 고사리




고사리를 삶으며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고사리가 잘린 부분이 갈색으로 변한 것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손으로 끊은 것은 괜찮은데 칼로 끊은 것은 그 부분이 갈색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구나...



손으로 끊은 고사리(왼쪽) 칼로 끊은 고사리(오른쪽)




마을에서는 하루에 몇 푸대 씩 차로 날라가며 고사리를 끊는다.

나야 한 소쿠리 정도? ㅎㅎ

그래도 서울 양가 어머니들이 엄청 좋아하시니 이 시즌에는 나도 게으름 피지 않는다.

어머니들은 육개장도 끓이고, 아껴 두었다 명절 차례 제사 때 귀하게 쓰시니 열심히 해서 보내드리고 싶다.

사실 나는 간청재에 온 후로 내가 말린 고사리는 딱 한 번 해 먹었다.

고사리 먹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불려서 삶고 다시 볶고.....

그래서 생선 조릴 때 삶은 고사리 밑에 깔고 졸여 딱 한 번 먹었었다.

서울로 고사리를 보내면 육개장이 되어 돌아오니 나름 괜찮다.ㅎㅎ

몇 년 맷집이 좀 생기면 나도 육개장 끓일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왼쪽 텃밭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삽질이 시작되었다.

쌤들이 위 풀들을 깨끗이 걷어 주고 가셨는데 하루 비 오고 나니 그새 또 올라오고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풀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이 그렇게 마음에 쏙 박힐 수가 없다. ㅎㅎ

땅을 파고 또 돌을 골라내고....

그러다 돌 밑에서 앗!! 게으른 한 놈을 발견했다.

친구들은 애적녁에 다들 깨어나 밤이면 미친듯이 울어대서 잠결에 꿈인지 생신지 분간 못하게 만들더구만 아직 졸고 있는 놈이 있었다.

미동도 않다가 내가 사진을 찍으니 꿈뻑대다 풀쩍 뛰어오른다. 열심히 살아라...


한 무더기의 돌을 파내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표고목을 들였다.

버섯을 엄청 좋아해서 포고버섯 날 때 장에 가서 한 바구니 씩 사다 먹는데

작년에는 기회를 놓쳐 표고목을 들여 놓지 못했다.

이웃 둥이네의 도움을 받아 표고목 다섯 개를 들여 놓았다.

벌써 버섯 따 먹을 생각에 마음이 한껏 부풀었는데 2년은 있어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급 실망 ㅠㅠ

그래도 마음은 풍요롭다.






어제 이웃 아저씨가 돌풍 불고 비 오기 직전(아저씨는 선견지명이 있으신가 보다. 아저씨가 집으로 들어가시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산에 다녀 오시며 두릅을 건네셨다.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마루에 놓고 가신다.

둘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것저것 해 먹기 귀찮으니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어야겠다.

옛날 돌아가신 아빠가 두릅을 좋아하셔서 두릅 철이 되면 저녁 밥상에 데친 두릅이 항상 올랐었다.

어릴 때는 두릅이 정말 맛이 없었다.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먹는 것 같았다.

두릅 하나를 먹으면 몸 안에서 나무가 막 자랄 것 같았다.

그래도 아빠는 꼭 하나 씩 먹이셨다. 튀김이나 전은 그나마 나았을텐데 아빠는 데친 두릅만 드셨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두릅, 엄나무순..이런 것들이 맛있다.

튀김이나 전이 아니더라도 데쳐서 된장 찍어 먹거나 초고추장 찍어 먹어도 맛있다.

몸 안에서 나무가 자랄 것 같은 어릴 때 걱정이 이제는 정말 그렇게 되면 참 싱그러울 것 같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된다.


늦어도 4월까지는 밭을 만들어 퇴비를 섞어 놓아야할텐데 생각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잘 되겠지....사람 손 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하지 않는가...

서울에서 온 고급인력들이 많이 도와주고 갔으니 다시 힘을 내야지.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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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ippy 2017/04/20 01:48

    여기선 고사리를 주로 정원에 심지요. ㅎ...올라올 때 따면 먹을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정원용이라 내 집이 아니면 따서 먹는 일은 안 되구요, 들로, 공원으로 다니며 그걸 뽑다가 경찰에 걸려서 어마무시한 벌금을 무는 한국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토론토 한국식품점에 가면 모두 이 근처에서 딴 고사리를 삶아서 일년 연중 팔지요. 저도 그걸 사먹는데...가격이 결코 싸다고는 못 합니다. ㅎ...개인적으로 고사리 나물을 무지 좋아하지만, 혼자 먹는 것이라 자주는 안 합니다. 어떤 분이 그러대요, 한국서 평생 먹은 고사리보다 더 많은 고사리를 캐나다서 먹는다고...ㅋ...조심할 것은 한국처럼 자연채취 하는 것은 불법이고, 적발도 쉬운데다 벌금이 엄청나므로 어디서건, 산과 들, 바다와 강, 자연에 손대는 짓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 제비 2017/04/28 10:20

      우리 엄마도 예전에 유럽 여행가셔서 고사리를 보고는 꺾었는데 누군가 그건 뭐하려고 꺾냐고 하더래요. 그래서 괜히 무안해 토끼 주려고 그런다고 그랬다고..ㅎㅎ
      거기서는 불법은 아니었나봐요.

  2. 알퐁 2017/04/20 13:53

    저는 예나 지금이나 (곧, 젊었을 때나 늙어서나) 고사리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울 꼬맹이는 고사리가 맛있대요.
    서울에서 온 고급인력들 ㅎㅎ

    • 제비 2017/04/28 10:21

      나물을 좋아하다니..꼬맹이 입맛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3. 너도바람 2017/04/21 00:22

    나두 이제 봄이면 두릅이 생각난다는... 아직 내 돈 내고 선뜻 사게는 안되지만...
    칼과 손의 차이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고사리라. 참.. 서울에서 갔던 고급인력2

    • 제비 2017/04/28 10:23

      쌤이 보여준 새끼줄에 묶인 잘 생긴 두릅을 보면 그냥 사고 싶어질 것 같은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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