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시즌이 시작되었다.
마을에서는 이미 한창이었지만 우리 고사리는 좀 늦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작년 풀을 한 번 뽑아 준 것 외에는 해 주는 것이 없으니 비료주고 관리하는 전문 고사리 밭과는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 쌤들이 오면서 드디어 고사리 스타트 테잎을 끊었다.
사실 이제 현역 쌤은 한 분밖에 없지만 학교에서 만난 분들이라 쌤이라는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 ㅎㅎ
올해 명퇴에 성공(?)한 나무님이 맥주며 과일을 잔뜩 사와서 명퇴 축하 건배를 날렸다.
참고로 나무님은 술을 전~혀 못한다. 매실 효소 물에 타 먹고 취했던 사람 ㅋㅋㅋ
그런 사람이 술 좋아하는 우리를 위해 이것저것 맥주를 담아 왔다.
맥주 중에 웬 체리맛 맥주? 새내기 여학생이 좋아할 만한 분홍색 맥주...술 못하는 사람 티가 팍팍 난다.ㅎㅎ
어제 고사리를 삶아 널었다.
해가 쨍쨍하다가 돌풍이 갑자기 불어와 한 번 뒤집어지는 바람에 마당에 엎어진 고사리 찾아 담느라 용가리와 애썼다 ㅠㅠ
어제는 날씨가 난리도 아니었다. 해가 쨍쨍하다 어두워지다 돌풍이 불고 비가 내리고 다시 해가 나고 또 바람이 불고...밤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소리는 잠결에도 들리고 걱정되는 마음에 자면서도 중얼거리게 된다...
시골에서는 무엇이든 잘 눌러놔야 하고 들여놔야 한다.
고사리를 삶으며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고사리가 잘린 부분이 갈색으로 변한 것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손으로 끊은 것은 괜찮은데 칼로 끊은 것은 그 부분이 갈색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구나...
마을에서는 하루에 몇 푸대 씩 차로 날라가며 고사리를 끊는다.
나야 한 소쿠리 정도? ㅎㅎ
그래도 서울 양가 어머니들이 엄청 좋아하시니 이 시즌에는 나도 게으름 피지 않는다.
어머니들은 육개장도 끓이고, 아껴 두었다 명절 차례 제사 때 귀하게 쓰시니 열심히 해서 보내드리고 싶다.
사실 나는 간청재에 온 후로 내가 말린 고사리는 딱 한 번 해 먹었다.
고사리 먹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불려서 삶고 다시 볶고.....
그래서 생선 조릴 때 삶은 고사리 밑에 깔고 졸여 딱 한 번 먹었었다.
서울로 고사리를 보내면 육개장이 되어 돌아오니 나름 괜찮다.ㅎㅎ
몇 년 맷집이 좀 생기면 나도 육개장 끓일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왼쪽 텃밭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삽질이 시작되었다.
쌤들이 위 풀들을 깨끗이 걷어 주고 가셨는데 하루 비 오고 나니 그새 또 올라오고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풀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이 그렇게 마음에 쏙 박힐 수가 없다. ㅎㅎ
땅을 파고 또 돌을 골라내고....
그러다 돌 밑에서 앗!! 게으른 한 놈을 발견했다.
친구들은 애적녁에 다들 깨어나 밤이면 미친듯이 울어대서 잠결에 꿈인지 생신지 분간 못하게 만들더구만 아직 졸고 있는 놈이 있었다.
미동도 않다가 내가 사진을 찍으니 꿈뻑대다 풀쩍 뛰어오른다. 열심히 살아라...
한 무더기의 돌을 파내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표고목을 들였다.
버섯을 엄청 좋아해서 포고버섯 날 때 장에 가서 한 바구니 씩 사다 먹는데
작년에는 기회를 놓쳐 표고목을 들여 놓지 못했다.
이웃 둥이네의 도움을 받아 표고목 다섯 개를 들여 놓았다.
벌써 버섯 따 먹을 생각에 마음이 한껏 부풀었는데 2년은 있어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급 실망 ㅠㅠ
그래도 마음은 풍요롭다.
어제 이웃 아저씨가 돌풍 불고 비 오기 직전(아저씨는 선견지명이 있으신가 보다. 아저씨가 집으로 들어가시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산에 다녀 오시며 두릅을 건네셨다.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마루에 놓고 가신다.
둘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것저것 해 먹기 귀찮으니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어야겠다.
옛날 돌아가신 아빠가 두릅을 좋아하셔서 두릅 철이 되면 저녁 밥상에 데친 두릅이 항상 올랐었다.
어릴 때는 두릅이 정말 맛이 없었다.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먹는 것 같았다.
두릅 하나를 먹으면 몸 안에서 나무가 막 자랄 것 같았다.
그래도 아빠는 꼭 하나 씩 먹이셨다. 튀김이나 전은 그나마 나았을텐데 아빠는 데친 두릅만 드셨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두릅, 엄나무순..이런 것들이 맛있다.
튀김이나 전이 아니더라도 데쳐서 된장 찍어 먹거나 초고추장 찍어 먹어도 맛있다.
몸 안에서 나무가 자랄 것 같은 어릴 때 걱정이 이제는 정말 그렇게 되면 참 싱그러울 것 같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된다.
늦어도 4월까지는 밭을 만들어 퇴비를 섞어 놓아야할텐데 생각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잘 되겠지....사람 손 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하지 않는가...
서울에서 온 고급인력들이 많이 도와주고 갔으니 다시 힘을 내야지.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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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고사리를 주로 정원에 심지요. ㅎ...올라올 때 따면 먹을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정원용이라 내 집이 아니면 따서 먹는 일은 안 되구요, 들로, 공원으로 다니며 그걸 뽑다가 경찰에 걸려서 어마무시한 벌금을 무는 한국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토론토 한국식품점에 가면 모두 이 근처에서 딴 고사리를 삶아서 일년 연중 팔지요. 저도 그걸 사먹는데...가격이 결코 싸다고는 못 합니다. ㅎ...개인적으로 고사리 나물을 무지 좋아하지만, 혼자 먹는 것이라 자주는 안 합니다. 어떤 분이 그러대요, 한국서 평생 먹은 고사리보다 더 많은 고사리를 캐나다서 먹는다고...ㅋ...조심할 것은 한국처럼 자연채취 하는 것은 불법이고, 적발도 쉬운데다 벌금이 엄청나므로 어디서건, 산과 들, 바다와 강, 자연에 손대는 짓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우리 엄마도 예전에 유럽 여행가셔서 고사리를 보고는 꺾었는데 누군가 그건 뭐하려고 꺾냐고 하더래요. 그래서 괜히 무안해 토끼 주려고 그런다고 그랬다고..ㅎㅎ
거기서는 불법은 아니었나봐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곧, 젊었을 때나 늙어서나) 고사리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울 꼬맹이는 고사리가 맛있대요.
서울에서 온 고급인력들 ㅎㅎ
나물을 좋아하다니..꼬맹이 입맛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나두 이제 봄이면 두릅이 생각난다는... 아직 내 돈 내고 선뜻 사게는 안되지만...
칼과 손의 차이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고사리라. 참.. 서울에서 갔던 고급인력2
쌤이 보여준 새끼줄에 묶인 잘 생긴 두릅을 보면 그냥 사고 싶어질 것 같은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