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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불상2 2017/04/30

by jebi1009 2018. 12. 28.


작년부터 공방에 자리 잡고 있던 커다란 나무 덩어리가 이제 서서히 모습을 갖추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목공하러 가면서 한 주, 한 주 변해가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무를 조각해서 부처님의 모습을 꺼내어 옻칠을 하고 모시로 배접을 하고 또 황토를 섞어 발라 말리고...

바르고 말리는 과정에는 반드시 사포질을 해서 다듬는데 그 작업이 참 힘들어 보인다.

금을 입히기 전에 가짜 금칠을 하는데 그것은 면을 잡기 위해서란다.

옻칠이나 황토칠은 면이 잘 보이지 않아 반사가 되는 가짜 금칠을 하면 굴곡진 면도 잘 보여 매끄럽게 표면을 다듬을 수가 있단다.

다듬는 일은 또 사포질...

나도 공방에 나가서 자잘한 그릇이나 주걱 등을 깎는데, 칼질도 무척 힘들지만 사포질이 정말 힘들다.

사포질하고 마감칠하고, 말리고 또 사포질하고 칠하고...이런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하게 되면 마감하는 것만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커다란 불상을 그렇게 칠하고 사포질로 다듬는 과정은 조각해서 모양을 만드는 것 만큼 힘들고 중요한 과정 같아 보인다.














우연한 기회에 물어보게 되었는데 조각가의 불명이 '수진 手眞'이란다.

본인은 불자가 아니라며 장난스럽게 말하곤 하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불자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공짜 청강생인 나는 미안한 마음에 가끔 커피를 볶아 건넨다.

이번에 가져다 주었더니 '커피 내려 먹어 볼까?' 하더니 망치를 들고 온다.

비닐 봉지에 커피를 담고 조각 망치로 부순다.

불상 배접하고 남은 모시 헝겊을 빈 그릇에 고무줄로 고정해서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렸다.

하면 되지 안 될 것이 무엇이냐...언제나 몸소 보여 주는 조각가.

커피는 나름 맛있었다.

다들 향이 좋다며 좋아했다.





공방에서는 주로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신다.

일주일 한 번 공방에서 마시는 달달한 믹스커피는 또 별미다.

그런데 이 날은 공방에서 향이 좋은 커피를, 망치로 부수고 모시 헝겊에 내린 커피를 맛보았다.

톱밥과 나무조각, 사포질 먼지와 가루, 기계 소리와 망치 소리, 옻칠과 황토 냄새가 뒤섞인 곳에서

나무 냄새와 커피 냄새도 함께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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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퐁 2017/05/06 04:38

    눈물 흘리는 부처?
    금색보다 훨씬 좋은 듯한데요...

    • 제비 2017/05/09 14:15

      그래도 부처님에게는 제일 좋은 금을 입혀 드려야 한다네요...

  2. WallytheCat 2017/05/09 09:49

    청동불 주물 뜨는 과정은 여러 번 보았지만, 목불을 조각해 내는 귀한 과정을 이리 보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커피콩을 망치로 부수는 모습이 천진난만합니다. ㅎㅎ

    • 제비 2017/05/09 14:16

      저도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3. 불영사 2017/10/10 15:31

    안녕하세요
    불영사 승산 스님 이라 합니다.

    목불상 상호가 너무
    좋습니다.

    공방이 어디에 있는지요?

    혹시
    전번으로 주소좀
    남겨 주세요

  4. 질문좀 2018/10/09 22:02

    불상 제작할때 모시배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학생인데 공부하다가 물어봅니다

    • 제비 2018/10/15 20:54

      나무의 변형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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