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잔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밝아케 되지 안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쓴도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깁히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마게 나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츰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 치는 곧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븨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날 내 여기서 너를 불러보노라
간청재 마당과 뒤뜰이 화사하다.
땅을 고르고 풀을 뽑고 꽃씨를 뿌리고 마음 졸이며 들여다 보았다.
올라오는 풀들을 꽃과 잡초로 구분하려고 화분에 미리 꽃씨를 뿌렸건만 어찌된 일인지 화분에 뿌린 씨앗들이 더 늦게 싹이 났다. 참 희안하다~
뿌린 씨앗들이 다 싹을 틔웠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고 적어도 세 종류의 꽃씨들은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 ㅠㅠ
그래도 척박한 환경에서 싹을 틔우고 잡초들과 싸우며 꽃을 피워낸 아이들을 보면 참 대견하다.
수월암에서 이사와 조금 몸살을 앓아 작년에는 꽃을 피우지 못했던 작약이 올해 황홀할 지경이다.
돌담 밖에 뿌렸던 수레국화도 그 억센 쇠뜨기 사이에서 기 죽지 않고 꽃을 피웠다.
자세히 보니 양귀비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양귀비는 봉암사에서 온 아이들인데 꽃씨를 받아 씨를 뿌렸지만 마당에서는 10센티 안팎으로 자라 꽃 보기 힘들겠구나...했는데 그 쪼꼬만 아이들에게도 꽃 망울이 달린 것을 오늘 발견했다.
수레국화 씨를 뿌리면서 양귀비씨도 뿌렸는데 쇠뜨기 사이에서 양귀비도 올라오고 있었다.
오히려 잡초가 없는 마당 보다 잡초 사이의 양귀비가 더 많이 자란것 같다.
처음 간청재에 오가면서 옆 골짜기 스님께서 심어준신 갓은 내가 그 후로 한 번도 심은 적이 없지만
해마다 텃밭 한 귀퉁이에 한 포기 씩 꼭 올라온다. 그냥 꽃 감상용으로 놔 둔다. ㅎㅎㅎ
먹는 채소들, 특히 잎채소들이 예쁜 꽃을 피운다는 것을 전에는 몰랐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꽃이 없는 식물은 없겠지만 상추 부추 열무 청경채 등등의 채소들 꽃도 참 이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꽃 봉오리를 똑 잘라 놓았다. 99.9프로 고라니가 의심된다.
고라니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골고루 보아 주지 못한 아이들에게 모두 눈을 맞춘 하루였다.
그나저나 비가 좀 와야 하는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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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동산이네요 ㅎㅎㅎ
작약은 정말 화려한 외양과 향기가 대단하지요. 우리 집 작약은 아직 봉오리 상태입니다만, 온 동네 라일락은 다 피어나 화사합니다. 앞 마당 창문 아래 한국 라일락은 다른 라일락이 질 때서야 피어나 그 진한 향을 풍기지요.
이제 꽃 보는 재미를 좀 알겠어요^^
라일락은 이름만 들어도 향기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네요...
가물었던 모양입니다. 이제 해갈은 좀 되었나 궁금하네요.
이육사의 꽃이란 시, 여러 번 읽으니 옛말로 적힌 단어들 읽는 재미가 나네요.
아직도 가물어요 ㅠㅠ
살면서 비와서 좋은 일이 술 마시는 일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목 빼고 비를 기다리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