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사부작 심심풀이로 뜨기 시작했던 여름 세트가 완성되었다.
뭐 특별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성과물이 나오니 기분은 좋다.
레이스 면사는 겨울 뜨개실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이 적다.
작은 소품들을 재미 삼아 만들 수 있고 선물도 할 수 있고 여기 저기 활용도가 높다.
봄에 너도님이 만들어 준 모시 커튼도 안방 작은 창에 걸었다.
이제 모시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내친김에 큰 맘 먹고 삼베를 구입했다.
여름용 커튼을 한 번 만들어볼까 해서다.
난 거친 느낌의 삼베가 좋다.
그나저나 손바늘로 시작해서 여름이 가기 전에 만들어 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나는 재봉틀이 좀 무섭다.
속도감에 적응도 안 되고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두어번 해 보고 익숙을 바란 것은 쫌 찔린다.
어쨌든 꼼지락거리며 손바늘로 하는 것이 나에게 더 맞는 것 같다.
올해 여름에 걸지 못하면 내년 여름에 걸면 되지 뭐....
재봉틀에 별 흥미가 없던 나는 용가리가 바지통 넓이를 좀 줄여달라는 요구를 귓등으로 들었다.
그러자 용가리가 재봉틀을 꺼내왔다.
'그래 그거야! 자기는 공학도 출신이니까 나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을거야'
되도 않는 소리로 마구마구 용기를 주며 부추겼다.
실 거는 방법과 기본적인 것만 대충 알려 주었다.
기계를 한참 살펴보고는 실전에 돌입했다.
초반에는 띠발 띠발 거리며 재봉틀이 후지다..불량이다..툴툴대더니 어느 순간 죽~ 바늘땀이 박혔다.
얼른 청바지에 줄을 좍 긋고는 재봉틀로 한쪽 바지통을 단숨에 드르륵 박았다.
속도감에 흥분된다며 좋아했다.
단, 한 번 시작하면 속도 조절을 하거나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고....
그래 인생이 뭐 별거냐 한 방에 가는 거지 뭐...ㅋㅋㅋ
나머지 바지통도 심호흡 한 번 하더니 몇 초만에 쌩~ 박아버렸다.
바지 옆 선 모양이야 내가 입을 바지 아니니 내 알 바 아니고...ㅎㅎ
재봉틀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용가리를 잘 구슬려서 미싱사로 키워야겠다.
치수 재는 것이나 제도하는 것이나 나보다 훨~씬 꼼꼼하니 재단사도 겸해서....
어떤 미끼를 던져야 덥석 물까?
나도 짱구를 좀 굴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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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개가 아주 예뻐요. 너도님이 만든 커튼도 삼베 천도 멋있네요.
용가리님이 미싱사로 거듭날 가능성은 완전 높아 보입니다.
제가 한 2주 전에 주소를 묻는 쪽지를 보냈어요. 제비님네 우체통에 어울릴 부채가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기다리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잘 체크하지 않아 쪽지는 전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제비님이 이루지 못한 미싱사의 꿈을 용가리님이 이룰듯...
레이스 방석, 테이블보 멋집니다요.
재봉틀도 기계니까 관심을 갖더라구요
나랑 다르게 기계나 도구에 호기심이 많아요...
나는 맨땅에 헤딩 ㅋㅋㅋ
레이스 뜨기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데, 대단하십니다.
용가리님 재봉틀 사용 잘~ 하실 것 같아요. 칭찬 마구 하시면서, 재봉틀 사용을 장려하시면 훗날 좋은 일 많을 것 같은 걸요. ㅎㅎ
맞아요...용가리 미싱사 만들기 장기 프로젝트를 짜서 훗날을 기약하려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