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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덤프와 포크레인 2017/04/28

by jebi1009 2018. 12. 28.

       

드. 디. 어. 밭을 완성했다.

이제 장날 모종을 사다 심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디테일하게 더 다듬을 것이 있고 미리 손 보았던 가장자리 부분은 다시 쇠뜨기들이 창궐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일을 마무리하느라 초과 근무를 했다.

원래는 일의 양을 정해 놓고 시작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항상 지치게 일을 한다.

여기까지만...이만큼만 하면 되는데...하는 목표달성 욕구 때문에,

또 예상과 다른 복병을 만나기 때문에 파김치가 되도록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제로 바꾸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러나 이번에는 마냥 늘어지게 할 수가 없어 요 며칠 둘이서 땅 속에 처박혀 초과근무를 실시했다.

이제 조금 한 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삽 들고 땅과 씨름하는 동안 이웃 아저씨는 축대 쌓는 일을 시작하였다.

덤프트럭이 와서 축대 쌓을 돌을 우루루 쾅쾅 부려 놓고 포크레인으로 돌을 쌓기 시작한다.

포크레인으로 돌을 쌓는 일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용가리와 나는 일하다가도 입을 헤 벌리고 구경하곤 했다.

용가리는 아침 일이 시작되어 포크레인 소리가 웅웅 거리면 커피잔을 들고 나가 구경했다.

삽 들고 땅을 파고 손수레로 돌을 나르다가 포크레인의 웅장한 모습을 보면 괜히 기가 죽었다.

'우리 삽질하는 거 너무 초라하지 않아?'

'괜찮아 우리는 인공지능 포크레인이야...'

용가리가 말한다.

'비키세요...덤프가 지나갑니다...'

작은 손수레에 돌을 나르면서 용가리가 말한다.

그래 우리는 인공지능 포크레인과 작고 귀여운 노란 덤프가 있다. ㅎㅎ



우리집의 귀엽둥이 노란 덤프


 

인공지능 포크레인




끝 없이 나오는 돌 돌 돌...파내기도 힘들지만 치우는 것도 힘들다.


작년 이사 오면서 대충 밭을 만들어 이번에는 이랑의 길이도 늘이고 숫자도 조정하느라 더 힘들었다.

게다가 땅도 더 깊이 파서 만드니 수많은 돌들이 나온다. 작년에 대충 덮은 것들도 많고...

큰 돌, 작은 돌, 엄청 큰 돌....

자잘한 것까지 하면 정말 한 500개는 파 낸것 같다.

마지막 세 이랑 남았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두 개를 좀 넓게 만들기로 협상했다.

장갑 세 개, 삽 두 개를 해 먹고는 마무리했다.

용가리는 장화도 해 먹었다.





부러진 삽 두 개를 분해해서 새로 하나를 만들었다. 용가리 훌륭!!


머리 박고 땅만 파다 보니 금낭화가 피었다.

이렇게 새로 얼굴 내민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먹을 것도 좋지만 꽃 보는 재미도 쏠쏠하구나....

전에는 먹을 것 심어 먹는 재미만 알았는데 말이다. ㅎㅎ


우리집 엄나무순을 처음 따 먹었다.

처음 땅을 샀을 때 심었던 묘목들 중에서 엄나무는 그래도 많이들 살아 남았다.

작년에는 어...하는 사이에 잎들이 다 생겨났는데 올해는 몇 개 따서 데쳐 먹었다.

얼마 전 이웃 아저씨가 주신 두릅과 비교해 보니 나는 엄나무가 더 향이 좋고 맛있었다.

용가리도 엄나무가 더 좋단다. 우리집 나무라서 그런것 같다고...ㅎㅎ




엄나무순을 따다 보니 누군가 한 입 베어 먹은 자국이 선명하다. 아마도 고라니?


데친 엄나무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향도 좋고 엄청 맛나다.





두릅과 데친 두릅


이제 한 숨 돌리고 모종 사다 심고 지지대 박고 간간이 풀도 뽑아 주고... 

간간이가 될지 가열찬 투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풀에 대한 가열찬 투쟁이 될 확률이 높다 ㅠㅠ

세탁기에서 빨래가 다 되었단다.

빨래 널고 고사리 꺾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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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벨라줌마 2017/04/29 15:16

    고된 초과 근무 덕분에 일이 이렇게도 많이 진척되었으니 힘든 몸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
    귀염둥이 노란 빛깔 덤프와 인공지능 포크레인 완젼 제 스타일~~~입니다!!!!ㅎㅎㅎ
    세레나와 저도 모스크바에서 자주 보는 공사현장 앞 거대한 포크레인 기계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구경하는 일 무척 좋아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다보면 일하시는 아저씨들이 곁에 오셔서 말을 걸어 주시기도 하는데 물론 러시아어 못하는 저는 미소만 한가득 짓는 꿀먹은 벙어리, 세레나는 물어오는 족족 대답도 잘하는 최고급 통역사 ㅎㅎㅎㅎ 늘 세레나의 첫 대답은 "우리 엄마는 러시아 말 못해요. 근데 나는 잘해요!"랍니다 웃어야 하는 건지 울어야 하는 건지 제 입장 늘 난처해 진답니다 ㅎㅎㅎ
    세레나가 더 크기 전에 제비님과 용가리님의 간청재에 데려가 이것 저것 참견하며 쫑알거리게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힝~~^^

    • 제비 2017/04/30 11:26

      세레나의 조그만 입에서 러시아어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세레나 한국말도 할 줄 알죠? 간청재 오면 한국말로 해야 되는데..전 영어, 러시아어 1도 못합니다.ㅎㅎ

  2. huiya 2017/05/01 22:37

    초과근무에 덤프와 포크레인, 구멍난 장갑에 작살난 삽, 인간승리 드라마를 찍으시네요.
    무엇보다도 귀여운 노란 덤프..... 엄나무순에 두릅 맛있어 보입니다.

    • 제비 2017/05/09 14:18

      사람들이 나무순을 먹는 이유를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해요^^

  3. 알퐁 2017/05/06 04:40

    밭이 참 예뻐요!!! 그라데이션!!!

    • 제비 2017/05/09 14:19

      감사해요~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뿌린 씨앗과 모종이 튼튼하게 자라야 할텐데 말이어요...

  4. WallytheCat 2017/05/09 09:52

    땅을 고를 때마다 돌이 엄청 나오는 군요.
    인공지능 포크레인 님의 힘든 작업에 응원을 보냅니다. ㅎㅎ

    • 제비 2017/05/09 14:20

      집을 지을 때 나온 돌들을 파묻어서 그런 것 같아요ㅠㅠ
      기계로 묻은 돌을 손으로 파내고 있으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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