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1년이 흘렀다.
연관 스님과 인연이 있는 분들이 글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신발 좀 가지런히 벗어라.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온 자리를 보고 한 말씀하신다.
남편에게 먼저 좀 권하고 먹어라.
스님이 내어 주신 차를 마실 때나 과자, 과일을 먹을 때 내가 낼름 집어 먹으면 한 말씀하신다.
껍질 좀 얇게 깎아라. 먹을 것이 남아나겠나.
어쩌다 내가 참외라도 깎게 되면 한 말씀하신다.
스님은 지금 좋으신가?
무심하다.
엄마가 주신 오래된 편지가 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쓰신 편지인데, 엄마가 보관하시던 것을 내가 간청재로 내려오게 되면서 나에게 주셨었다.
중간중간 흘려 쓴 한문을 잘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편지를 연관스님께 보여 드리고 읽어달라고 할 참이었다.
서랍에 넣어 놓으니 봉암사 갈 때 깜빡깜빡 잊고 가져가지 않았었다.
기억이 날 때면, 다음에 가져가면 되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제는 영영 가져갈 수가 없다.
잊고 있던 편지가 며칠 전에야 다시 생각이 났다.
스님도 당신 아버지 글씨와 편지를 보셨다면 다른 심정이 들지 않았을까...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지금 다시 봐도 못 읽는 곳은 여전히 못 읽겠다.
스님이 읽어 주시면 참 좋으련만....
누구에게 읽어달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