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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홍범도 장군

by jebi1009 2023. 10. 6.

학창 시절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독립운동가. 

그때는 그저 봉오동, 청산리 전투와 함께 외웠던 역사 속의, 교과서 안의 인물이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인물들은 그저 책 속의 인물이었다.

나도 조금씩 자라면서 나이가 들면서, 내가 배워왔던 인물들이 책 속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를 바 없는 어떤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일본식민지 지배하에서 살았던 시절에 독립운동가로 이름을 남긴다는 것,

그것이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헤아리게 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대전 현충원 독립유공자 3묘역

 

대통령이 바뀌고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이 모두 뒤집어지기 시작하고 무논리, 몰염치, 천박함의 끝이 어디인지 하루도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일련의 사태는 정말 경악스럽다.

같잖은 것들에게 이렇게 모욕을 당할 분이 아니다. 

어렵사리 유해를 모셔와서는 이런 꼴을 당하시게 하다니 내가 다 열불이 난다.

예전부터 정치적 견해는 달라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것이 일본에 대한 감정이었다.

일본이 등장하면 우리는 모두 같은 편이 되어 뭉칠 수 있었다.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일본 식민지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심리적인 독립운동을 하는 느낌이다.

지금 정부는 조선총독부와 다를 바 없다.

이러다가는 이순신 장군도 왜군을 격파했다는 이유로 광화문에서 퇴출당할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말하고 있는지 내가 다 한심스럽다.

 

엊그제 아빠 납골당과 시아버지 묘소에 다녀오면서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나는 홍범도 장군의 묘가 어디에 조성되었는지 그저 한 귀로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묘역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아버지 계신 대전 현충원에 가게 되니 홍범도 장군을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라도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용가리와 나는 서로의 아버지를 찾아뵙고 인사하고 홍범도 장군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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