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스님의 전화를 받았었다.
차탁이 필요하냐는.... 다시 말하면 찻상을 하나 주려고 하신다는 전화였다.
무엇을 주신다는 말에 괜히 사양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말씀을 들어 보니 연관스님이 쓰시던 책상을 나누어 찻상을 만드셨단다.
책상이 커서 그 크기를 줄이면서 찻상 하나 만들 정도의 여분이 남아서 나에게 주면 좋겠다 생각하셔서 연락하신 것이었다.
'너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다.
그 책상은 연관스님이 쓰시던 책상이다.
수월암이 불탔을 때 그 책상의 상판은 타지 않아 그것으로 다시 책상을 만들었다.
작은 불상과 책상이 수월암에서 유일하게 남은 것이었다.
천재 조각가가 앉은뱅이 책상을 다시 의자 책상으로 만들었다.
무슨 나무라고.. 엄청 좋은 나무였는데 까먹었다.ㅠ
봉암사에서 연관스님은, 다시 만든 그 책상에서 내내 시간을 보내셨다.
'오늘 찻상이 왔다.
연관이 참 좋아했던 책상인데...
내 죽으면 책상 네가 가져가라 했었는데 내 책상과 네 찻상으로 둘로 나뉘는구나.
씁쓸하면서도 찻상은 좋아 보인다.'
며칠 전 찻상이 완성되었다며 연락을 주셨다.
겸사겸사 금선대에 다녀왔다.
수경스님 만나 뵙고 말씀 들으니 연관스님이 금선대에 오시면서 '내 책상 네가 가져라' 하셨단다.
'네 책상은 네가 써야지 왜 내가 써?'
라고 하셨다는데 아마도 그때 돌아가실 것을 다 알고 하신 것 같다고 하신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관스님의 흔적은 더 또렷해지는 것 같다.
수경스님께 감사하다.
금선대 가는 날은 '세상과 함께' 교육관 준공식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사실 찻상을 받으러 가는 것뿐이었는데 어쩌다 행사 내빈이 되었다.
뻘쭘해서 용가리와 겉돌고 있는데 나무밑 사진을 보게 되었다.
금선대 수경스님을 비롯 모든 스님의 사랑을 받던 반려견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ㅠㅠㅠ
전날까지도 잘 놀다가 갑자기 토하고 아팠단다.
놀랐지만 물도 마시고 해서 좀 쉬고 나면 괜찮아지려니 했었단다.
하지만 그렇게 하늘나라로 갔단다.
'그놈자식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 막판에 말 들었네.
내가 딱 하루만 아프고 가라, 그랬거든..'
유연스님이 말씀하신다.
다들 마음은 아프지만 또 행복한 이별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가고 싶다고 했다.
'나도 속에 있는 것 다 토하고 방에 들어가 누워서 잠들며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바라는 마지막일 것이다.
스님의 찻상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