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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결혼 기념일

by jebi1009 2024. 5. 2.

1995년 4월 29일 결혼했으니 벌써 29년이다.
핑계 삼아 내가 좋아하는 케잌도 먹고 특별하게 맛난 것도 먹으니 생일이나 기념일은 꼭 챙긴다.
그렇다고 달콤한 선물이 오가거나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 교환도 없다.
그저 하루 바깥일 안 하고 외식하는 것??? 
음식점에 가서 먹고 오면 좋지만 음주 문제 때문에 항상 제약이 많다.
그래서 포장해 먹는 음식은 종류가 별로 없다.
보통 좀 멀리 가서 회를 사 오거나 하는데 이번에는 며칠 바깥일을 했더니 몸이 귀찮아서 적극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기념일 당일은 비도 내리고 몸도 천근만근이라 그저 반신욕 하고 쉬었다.
다음날 맛난 것 먹고 기념일을 챙기기로 하고 말이다.
 
하루 지났지만 챙길 것은 챙겨야지?
뭘 먹을까....
그리 의욕이 불타지 않는다.
그냥 중국 요리 먹을까?
사실 가까운 중국집은 요리를 먹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 시골 중국집은 짜장 짬뽕 탕수육 양장피 정도.
메뉴에 그렇게 4가지만 있는 집도 있지만 메뉴에는 20가지 정도 써 놓고도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4,5가지다.
특히 닭고기 중국 요리는 거의 없다.
유린기 깐풍기 라조기 같은 닭고기 중국 요리를 하는 중국음식점은 없다.
대부분 치킨을 먹기 때문에 중국집에서 닭고기 요리는 주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 요리를 몇 가지 하는 집은 인월에 있는 산수림이다.
원래 주인장이 있을 때는 참 맛있었는데 주인이 바뀌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주인장과 함께 했던 분이 가게를 이어가기로 했단다.
원래 나이 많던 주인장이 자신 있게 추전 했던 메뉴가 '새우완자'였다.
그 주인장이 해 주었던 요리는 다 맛있었다.
특히 자연 송이를 넣은 해물누룽지탕이 맛있었다.
주인장이 바뀐 이후로 몇 번 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새우완자'를 먹기로 했다.
혹 그동안 메뉴가 바뀌었을지 몰라 전화로 확인했다.
메뉴는 정했지만 기념 케잌이 빠질 수는 없다.
멀리 갈 수는 없으니 함양 읍내에서 찾을 수밖에...ㅠ
케잌 사고, 주문했던 새우완자 픽업해서 집으로 왔다.
 

새우완자. 단무지 더 달라고 했다.ㅋㅋㅋ

 
 
내년이면 30년이다.
징그럽기도 하다.
예전에는 결혼 30년이라 하면 호호 할아버지 할머니 같았는데 말이다.
30년이라니.... 하...ㅠ
케잌 촛불을 끄면서 '우리 용가리 나랑 사느라 고생 많았네..'
했더니 '그건 맞지! 내가 고생했지.' 이런다.
아니 내가 이렇게 나오면 '아니야 너도 나랑 사느라 애썼어'
이래야 하는 거 아님??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내가 용가리랑 사느라 속 터져 죽는 줄 알았다.
게다가 남들은 사람 좋은 박서방이라고 하고 나더러 성질머리 더럽다고 박서방 동정론이 만연했으니 말이다.
억울하기로 치면 내가 더 억울하다.
뭐 어쨌든 서로 억울한 것 퉁쳐야지 뭐..ㅠㅠ
동지애와 전우애로 살아온 29년.
전우는 뒤에 남겨 놓지 않는다 했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용가리가 나를 뒤에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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