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재 살면서 바느질과 뜨개질을 시작했다.
그전 서울에서도 뜨개질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방학 때 잘 모르고 가디건을 뜨기 시작했다가 밤을 새운 적도 있다.
자꾸 틀리고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오기가 생겨 그렇게 된 것이다.
간청재에서는 자수를 시작해 가방을 만들면서 바느질을 많이 했다.
자수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고 겨울에는 역시 털실을 만지는 뜨개질이 당긴다.
처음에는 아무 실이나 저렴하게 사서 인터넷으로 무료 도안을 찾아서 뜨기 시작했다.
내가 입을 것이니 대충대충 떠서 입고 다녔다.
그렇게 한 번 뜨개질을 하고 나면 또 질려서 바느질을 하게 된다.
한참 동안 뜨개질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에 다시 시작했다.
이렇게 저렇게 남은 실이 많아서 그 한 뭉치씩 남은 실을 처리하려고 적당한 도안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탑다운 방식'이라는 말이 많았다.
뭐지??
여태까지 내가 알던 방식과는 다른 뜨개질 방식이었다.
나는 밑에서 위로 떠 올라가는 방식(바텀업)으로만 떴는데, 위에서 밑으로 떠 내려오는 방식(탑다운)인 것이다.
보통 스웨터를 뜨면 앞, 뒤, 소매, 이렇게 4조각을 떠서 서로 바느질로 꿰맨다. 이것이 바텀업.
그런데 탑다운은 목부분을 먼저 만들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소매를 분리하고 몸통을 이어서 통으로 떠 내려가는 것이다.
이음새가 없고 옷을 수정하기도 쉽다.
소매 길이나 옷 길이가 길거나 짧으면 밑 부분을 수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바텀업은 밑에서 시작해 뜨기 때문에 길이를 수정하려면 위에서 풀어내려 와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늬가 들어가는 경우가 아니면 도안이 서술형으로 되어 있다.
탑다운이 들어간 요즘 뜨개질 책을 하나 구입했다.
아무리 동영상이 많아도 나는 책이 편하다.
동영상을 차분하게 볼 수가 없다. 내가 딱 필요한 부분만 봤으면 하는데 동영상은 그게 잘 안 된다.
진득하게 영상물 보는 훈련이 부족하다.
물론 동영상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렵고 전체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꾸역꾸역 탑다운 스웨터 하나를 뜨고 나니 얼추 이해가 되었다.
자투리 실로 연습 삼아 처음으로 탑다운 스웨터를 완성했다.
색상과 질감이 다른 실을 최대한 어울리게 배합해서 떴는데 딸아이가 보더니 마음에 든다고 냉큼 가져갔다.
남는 실로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서 뜬 것인데 제대로 뜬 것보다 마음에 든다고 하다니... 알 수가 없다.ㅋㅋ
새로운 도안과 새로운 방법이 뜨개질 의욕을 마구 불러온다.
실을 구입해서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디건을 떴고 봄철에 입을 면사로 된 스웨터도 떴다.
면사는 가는 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뜨개질을 많이 해야 한다.
굵은 바늘로 뜨는 것은 슝슝 진도가 나가는데 가는 바늘은 열심히 해도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의욕이 넘쳐 바늘도 구매했다.
내가 갖고 있는 대바늘은 실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이다.
그것들로 얼추 뜨개질을 했었는데 이번에 대바늘을 구입했다.
탑다운은 소매 부분도 통으로 뜨기 때문에 짧은 줄바늘이 있으면 편하다.
바늘을 살펴보니 내가 가진 흔한 줄바늘은 5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조립식(케이블과 바늘이 분리되는 것) 바늘이 있으면 편할 것 같았다.
좁은 부분은 짧은 케이블을 사용하고 몸통 부분은 긴 케이블을 사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조립식 바늘은 가격이 20배가 넘는다.
케이블은 별도로 구매하고 바늘도 호수별로 몇 개는 필요하니 어떤 것을 구입할까 고민했다.
뜨개질 의욕이 사라져 지겨워지면 다시 처박아 둘 지도 모르는데 고가의 바늘을 사야만 할까??
그러다 그냥 질러버렸다.
그래! 나도 장비빨 좀 받아 보자.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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